[마켓PRO] '1등 대형마트' 무색해진 이마트…증권가서도 외면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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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1등 대형마트' 무색해진 이마트…증권가서도 외면받나
결국 신뢰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1등 대형마트’이자 쿠팡이 등장하기 전까진 유통업계 1등이기도 했던 이마트 이야기입니다. 작년 4분기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2011년 신세계와의 인적분할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한 탓입니다.

사상 첫 연간 적자…저PBR 테마 따른 상승분 절반 이상 반납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이마트는 2.82% 하락한 7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저평가 종목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고점을 찍은 지난 5일(8만7800원) 대비 13.67% 하락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종가(6만7500원)과 비교하면 고점까지의 상승분(2만300원)의 절반이 넘는 1만2000원을 반납했습니다.
[마켓PRO] '1등 대형마트' 무색해진 이마트…증권가서도 외면받나
고점을 찍은 직후에는 차익실현 때문만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14일 발표된 작년 4분기 실적은 처참했습니다. 영업손실이 무려 855억원에 달합니다. 실적 발표 직전에 집계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276억원 흑자와의 차이가 무려 1000억원을 넘습니다.

신세계와 인적분할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는 걸 주식시장 안팎에서는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469억원입니다.

적자의 배경은 신세계건설입니다. 원가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으로 작년 연간으로 18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적자는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인식한 영향이 있지만, 현재 부동산 시황을 고려할 때 실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분간 실적 추정을 보수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통 부문도 부진했습니다. 이마트는 설 명절이 작년보다 늦어진 데 더해 장기근속 직원들의 급여 재측정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 증가가 수익성을 짓눌렀습니다. 편의점 자회사인 이마트24는 저효율 점포 151개를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때문에 19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요. 쓱닷컴(SSG.COM) 역시 사업 전략을 기존 수익성 위주에서 성장 우선으로 바꾸면서 적자가 확대됐습니다.

“한때 유통업계 선도했는데”…혁신 지연에 애널리스트 등 돌려

사상 첫 연간 적자를 계기로 증권가에선 이마트에 대한 기대를 놓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목표주가가 줄하향됐습니다. 15일 실적 리뷰(분석) 보고서를 낸 7개 증권사 중 대신증권(9만5000원→8만원), 신한투자증권(9만원→8만6000원), NH투자증권(10만원→7만7000원), 한화투자증권(10만원→7만7000원) 등 네 곳이 목표주가를 내렸습니다. NH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지난 14일 종가(7만8000원)보다도 낮습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투자의견 변동입니다. NH투자증권,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IBK투자증권이 하향했습니다.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IBK투자증권은 ‘중립’을, 대신증권은 ‘마켓퍼폼’을 각각 제시했습니다.

이전까진 이마트 주가가 잇따라 저점을 다시 쓰는 와중에도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은 매수가 대세였습니다. 유통업황 회복과 저평가 매력이라는 이유가 붙었죠. 앞서 한경 마켓PRO도 작년 10월11일 <사상 최저가 행진 이어간 이마트…‘줍줍’ 타이밍 언제?>를 통해 이마트에 대한 분석을 제시하는 증권사 12곳 중 10곳의 투자의견이 매수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나머지 두 곳도 중립보다는 긍정적 시각을 담고 있는 ‘마켓퍼폼’(키움증권)과 ‘트레이딩바이’(IBK투자증권)였습니다.

‘1등 대형마트’라는 후광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이마트는 대형마트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클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유통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선도했습니다. 질적으로도 1등으로 꼽혔죠. 그 결과 쿠팡에 밀리기 전까지는 매출액 기준으로 모든 업태를 포함한 국내 유통업계 1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사를 따라가기에 바쁩니다. 외형은 여전히 대형마트들 중 가장 크지만,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상품기획(MD) 통합과 같은 혁신의 추진은 롯데마트보다 한발 늦었습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품 통합매입, 물류 효율화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뒤에 덧붙인 “통합 매입 및 물류 효율화의 수익성 개선 효과는 이미 선제적으로 움직인 경쟁사들에 의해 입증된 것이기 때문”이라는 부연이 이마트 경쟁력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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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업황·경쟁력 향상 기대…저평가 매력도 여전

신세계건설만 빼고 보면 올해 이마트 실적이 개선된다는 데에는 이견이 많지는 않습니다. MD 통합의 효과가 기대되고, 대형마트 업황도 개선될 전망이며, 규제도 완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 추진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규제 완화 움직임과 관련해서 이마트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휴일에 방문객이 몰리는 창고형 할인점(트레이더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PBR이 0.2배 수준에 불과한 저평가 매력도 사라진 건 아닙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스타벅스, 조선호텔 등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는 우량한 자회사들의 가치, 이마트가 가진 다수의 유무형자산이 기업가치의 하방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조직 개편 이후 신규 점포 출점, 기존점 리뉴얼, 통합 운영 등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고, 온라인 사업은 물류 효율 향상가 광고 수익 확대를 통해 올해 연간 차감전순이익(EBITDA)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본업이 회복되고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돼 자기자본수익률(ROE)가 높아진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나온 이후의 기업가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