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5000만원, 조장 1억원, 반장 1억원 이상.’

"수천만원 체크카드 상납하라"…부산항운노조의 '신종 비리'
채용·승진을 대가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현금을 체크카드 형태로 받은 부산항운노조 간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노조 간부들은 경제적 여력이 없는 직원의 대출까지 알선해가며 현금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항운노조가 사실상 정직원을 선발하는 구조가 채용 비리 복마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항운업계와 검찰 등에 따르면 부산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는 채용 비리와 불법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부산항운노조 국제터미널지부 간부 A씨와 항운노조신용협동조합 전 간부 B씨를 구속해 수사 중이다. 8000여 명이 소속된 부산항운노조는 23개 지부장, 작업반장 등 지부 간부가 채용과 승진 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2019년에도 취업·승진 비리로 노조위원장 등 간부 31명이 기소된 전력이 있다.

검찰은 항운노조 내부에서 체크카드 상납 방식의 채용 비리가 횡행한다는 제보를 받고 노조 간부 수십 명을 수사했다. 반장인 A씨는 2021년 다른 지부 조합원 B씨를 반장으로 승진시키는 과정에서 신협 간부를 통해 수천만원이 들어 있는 B씨 명의 체크카드를 받았다. A씨가 이런 방식으로 챙긴 돈은 최소 3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항운노조의 ‘체크카드 상납’ 채용 비리는 항운노조신협의 공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출을 알선한 신협 간부 C씨는 불법 대출,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항운노조의 한 간부는 “2020년께부터 체크카드를 이용한 신종 취업과 승진 청탁 방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부산=김대훈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