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플랫폼의 독과점 횡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안의 핵심 조항인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국내외 업계와 학계 반발에 밀려 사실상 원점 재검토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법안 제정을 재추진하더라도 규제 수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졸속 논란' 플랫폼법, 결국 폐기 수순 밟나
공정위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업계에서 반대가 큰 사전지정제에 대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 놓고 논의 중”이라며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과 추가 논의를 거쳐 거대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추진한 플랫폼법은 소수의 독과점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지정하고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등 이른바 ‘4대 반칙 행위’를 규제하는 게 골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하기 전에 기업을 사전지정해 옭아매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해 왔다. 외국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면 통상·외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목소리를 의식해 당초 이번주로 예정한 법안 세부 내용 발표를 미루고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공정위는 사전지정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덜한 대안이 있는지 모색하면서 학계 및 업계 관련자들의 의견을 더 듣겠다는 계획이다. 최종 대안을 마련하고 입법을 재추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공정위는 사전지정제를 완전히 폐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른 대안도 고려하겠지만 거대 플랫폼 규율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들면 원안대로 사전지정제를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