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 임원이다. 이 회장은 부회장으로 그룹을 이끌던 2016년 10월 처음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됐지만 4개월 만에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2019년 10월 등기임원 임기가 끝나자 스스로 재선임을 포기했다.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등기임원을 맡는 게 회사에 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경제계에선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이 회장의 첫 번째 경영 행보로 삼성전자 이사회 복귀를 꼽는다. 이 회장이 강조해온 ‘책임 경영’을 위해선 등기임원을 맡는 게 첫 수순이어서다. 업계에선 이르면 이달 열릴 삼성전자 이사회 안건에 이 회장 등기이사 선임건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삼성의 지휘자’인 이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은 만큼 무난하게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 행보는 선고 이후로 미룬 ‘큼직한 의사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 인수합병(M&A), 시설투자, 조직개편, 인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룹 차원의 조직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래 경쟁력 강화 작업을 주도하는 새로운 컨트롤타워 조직이 탄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서실, 미래전략실 등으로 간판을 바꿔 단 삼성의 컨트롤타워 조직은 58년간 운영되다가 2017년 2월 해체됐다. 이후 전자 계열사를 담당하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경쟁력제고TF, 삼성물산의 EPC(설계·조달·시공)경쟁력강화TF 등을 가동했지만 “계열사들이 여러 사업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삼성그룹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조직을 더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삼성이 준법경영을 선언한 뒤 이사회 역할이 커졌는데, 대규모 투자나 신사업 진출 같은 큰 결정을 제때 내리려면 오너 중심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회장의 의중이 제대로 담긴 ‘JY(이 회장 영문 이니셜) 인사’가 조기에 실시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그동안 운신의 폭이 좁았던 탓에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지만, 모든 부담을 덜어낸 만큼 ‘뉴 삼성’을 이끌 경영진과 참모진을 새로 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선제적 기술 확보를 강조해온 만큼 기술인력을 중용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경제계에선 작년 말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새로 꾸린 만큼 당장은 대대적인 개편보다는 원포인트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