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가 출시된 지 13일 만에 32만 장 넘게 팔렸다. 특이하게 3000원을 내고 사야 하는 카드 판매량이 공짜로 내려받는 모바일카드 판매량을 크게 앞질렀다. 아직 모바일카드를 이용할 수 없는 20, 30대 아이폰 이용자가 실물카드를 구매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기후동행 모바일카드는 12만9000장, 실물카드는 19만4000장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모바일카드는 모바일티머니 앱에서 별도 비용 부담 없이 신청할 수 있는데도 3000원짜리 실물카드가 더 많이 팔렸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스마트폰에선 모바일 앱으로 카드를 내려받을 수 있지만 아이폰에선 이용이 불가능하다 보니 카드 수요가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 시행한 ‘2023 스마트폰 사용률&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20대(18~29세) 스마트폰 이용자 중 65%가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 이용자의 56%가 20, 30대 청년층이다. 30대가 29%로 가장 많았고 20대 27%, 50대 19%, 40대 17%였다. 활동량이 많고 환경보호 의식이 높은 청년층이 교통비 부담을 줄이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기후동행카드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에서 서초구 양재동으로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구모 씨는 “서대문구 일대 편의점 네 곳을 방문하고 두 곳에 전화해봤는데 전부 없거나 출입문에 품절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놔 실물카드를 사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드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8000~1만3000원에 카드를 사겠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이폰용 모바일카드 출시는 요원하다. 시는 애플과 국내 교통카드사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종장 도시교통실장은 “예상보다 큰 인기에 실물카드는 준비된 물량이 거의 소진돼 7일부터 추가 물량 15만 장을 차례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