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최근 부처에서 파견 온 행정관 중 일부를 승진시킨 것으로 4일 알려졌다. 2022년 5월 정부 출범 때부터 파견돼 일하던 공직자들이 대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약 20개월 동안 파견 공무원들에 대한 승진을 최소화했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실 파견 공무원들을 더 빨리 승진시키던 관례와는 반대였다. 대통령실에서 일한 것만으로도 개인에게 큰 자산이 될 텐데 승진까지 더 빨리 시킬 필요는 없다는 이유였다. 대통령실을 여전히 ‘권력기관’으로 보는 상황에서 승진까지 빠르면 안 된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일하던 공직자는 대부분 부처로 돌아간 후 승진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실로 파견 온 공무원들이 부처에 있는 행정고시 동기보다 늦게 승진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오는 공직자들은 주로 동기 중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은데, 역차별받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경제부처에서 파견 온 한 국장급 인사는 “대통령실이 업무도 많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한데 승진까지 늦어진 상황이었다”며 “가뜩이나 대통령실 근무에 대한 선호가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대통령실 일부 비서관실에서는 공석이 발생해 부처 공무원들에게 용산 파견 의사를 타진했지만 여러 명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부처 내 승진 정원(TO)이 빠듯해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기존에는 대통령실에서 승진하고 부처로 돌아갔기 때문에 부처 승진 정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부처로 돌아가서 승진하게 되면 부처 공직자 중 한 명이 승진을 못 하게 된다. 가뜩이나 인사 적체가 심각한 일부 부처에서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하소연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최근 파견 공무원에 대한 승진 인사를 냈다. 이번엔 정치권에서 온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승진에서 대거 누락되면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파견 종료 시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상황도 발생했다. 지난해 말 복귀한 이들은 결국 승진을 못 하게 됐고, 올해까지 남은 이들은 승진하게 되면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