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정계로 떠났던 차유람, 내달 4일 대회로 프로당구 복귀
"선수였을 때 가장 나답고 행복…정계는 돌아가지 않을 듯"
다시 큐 잡는 차유람 "준비 덜 돼도…오해 피하고자 지금 복귀"
한국 여자프로당구 LPBA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인 차유람(36)이 2022년 5월 국민의힘에 입당한 건 한국 당구계를 강타한 뉴스였다.

아마추어 포켓볼 무대에서 활약하며 '당구 요정'으로 인기를 누리다가 3쿠션 무대에서도 정상급 기량을 펼치던 차유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문화체육인의 목소리를 내려 한다"며 큐를 내려놨다.

그로부터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그는 '돌아올 결심'을 했다.

차유람은 31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작년만 하더라도 정말 복귀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아쉬움이나 미련이 남았던 거 같다"면서 "강한 선수들과 재미있게 경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꿈틀거리더라. 선수였을 때 가장 나답고 행복했던 거 같아서 복귀를 결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인으로 일한 2년 동안 거의 큐를 잡지 못했다고 말한 차유람은 "사실 더 연습해서 나오는 게 예의"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차유람의 복귀 무대는 내달 4일부터 일산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웰컴저축은행 PBA-LPBA 챔피언십이다.

지난 두 시즌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랭킹 포인트가 없기 때문에 PPQ 라운드(1차 예선)부터 치러야 한다.

다시 큐 잡는 차유람 "준비 덜 돼도…오해 피하고자 지금 복귀"
이제 막 다시 큐를 잡았다는 차유람은 "최소한 옛날 기량을 회복한 뒤에 복귀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주최 측과 상의한 끝에 이번에 인사를 드리자는 생각으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사실 새 시즌이 시작하는 올해 6월에 복귀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그림이다.

2023-2024시즌 개인 투어는 단 2개(월드챔피언십 제외)밖에 안 남았고, 현실적으로 기량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차유람은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입지가) 애매해져서 나왔다는 둥 이야기가 나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난 뒤 현역 복귀를 발표하면 여러 뒷말이 나올 것을 우려한 것이다.

차유람은 "원래 내 자리가 당구 선수라는 걸 다시 느껴서 복귀하는 것"이라면서 "(정계로는) 다시 돌아갈 거 같지는 않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의견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드러내지도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에 몸담았던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다시 큐 잡는 차유람 "준비 덜 돼도…오해 피하고자 지금 복귀"
차유람은 "마약 근절 관련한 활동을 열심히 했다.

우리나라에 깊게 침투했고,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라고 우려했다.

그는 프로당구 선수로 복귀하더라도 마약 근절과 관련한 홍보대사 활동은 이어갈 것이며, 지난해 말 맡은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상임 이사직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인으로 일하면서도 프로당구 경기를 꾸준히 챙겨봤다는 차유람은 붙어보고 싶은 선수를 몇몇 거론하면서 신인 한지은(에스와이)의 이름을 꺼냈다.

여자 아마추어 3쿠션 최강 선수로 군림하던 한지은은 이번 시즌 프로 무대에 뛰어들어 과거 차유람과 같은 당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차유람은 "한지은 선수는 정말 굉장히 단단한 선수라는 느낌이 오더라. 실제로 대결하면 어떤 기분일까 기대도 된다"고 했다.

선수로 복귀하게 되면 두 아이의 엄마인 '워킹맘' 차유람은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다시 큐 잡는 차유람 "준비 덜 돼도…오해 피하고자 지금 복귀"
1년 가운데 10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정규시즌에는 각종 대회에 출전해야 해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고, 비시즌에는 치열하게 훈련해야 한다.

차유람은 "그래서 복귀를 결심한 뒤 저를 사랑해주는 가족들은 걱정도 많이 하더라"면서 "그래도 제 마음이 원해서 선수 복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차유람의 원소속팀인 웰컴저축은행은 여전히 팀리그 우선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다.

차유람은 "팀리그는 기회만 있으면 정말 좋은 무대라 해보고 싶지만, 재계약 등 많은 것들이 열려 있어서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번 시즌 두 차례 남은 투어 대회에 대해서는 "일단은 팬들께 인사드리는 무대로 생각한다.

사실은 (경기력으로는) 나가면 안 될 정도지만, 그래도 지금이 인사드리기에 적기인 거 같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