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 일할 것"…사무직 1만2000명 내보낸 회사
미국 대형 물류업체 UPS가 실적 악화를 이유로 올해 관리직 등 직원 1만 2000명가량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빈자리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대체해 업황이 살아나더라도 다시 사람을 뽑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UPS 임원진은 30일(현지시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전 세계 8만5000명 규모인 관리직 직원 등을 중심으로 인력을 줄일 방침이라고 감원을 단행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UPS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해 실적 악화 영향이 크다. UPS의 지난해 4분기 미국 내 매출 169억 1500만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 182억 5200만 달러보다 7.3% 줄었다. 지난해 연간 전체 매출은 909억 5800만 달러로 전년도 1003억 3800만 달러보다 9.3% 감소했다. 지난해 UPS가 처리한 미국 내 택배는 전년 대비 7.4% 줄어들었다.

UPS는 실적 악화 뿐 아니라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UPS 경영진과 트럭 기사 노조인 팀스터스는 지난해 8월 UPS 기사 연봉을 17만 달러로 인상하기로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UPS 운전기사의 연봉은 미국 엔지니어의 평균 기본급인 9만 2000달러의 두배 가까이 되는 액수다.

하지만 이번 감원 대상은 대부분 일반 관리직이다. UPS 전체 직원 49만5000명 가운데 대부분은 노조에 속한 물류·운송직인데, 노조원들은 이번 해고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UPS는 화물 운임 등을 정하기 위해 머신러닝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격 책정 부서에 필요한 인원은 줄어든 상태다. 캐롤 토메 UPS 최고 경영자(CEO)는 “AI 및 기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운영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언급했다.

다른 기업들도 AI로 대체 가능한 인력들을 감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미국 기업이 비용 절감, 불필요한 직무 축소, 의사결정 속도 재고 등을 위해 감원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결제서비스업체 페이팔은 올해 전체 직원의 9%가량인 2500명을 줄일 계획이다. 금융서비스 기업 나스닥도 수백 명의 인력 감축을 계획 중인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도 게임 부문에서 약 1900명을 줄이기로 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도 올해 초 각각 수백 명을 해고했다.

이들 기업의 인력 감축 또한 AI로 대체 가능한 부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감원을 통해 절감한 비용을 AI 투자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