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한경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한경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힌 6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습격범이 미리 흉기를 구매하고 이 대표의 일정을 수시로 확인하는 등 오래 전부터 정치적 테러를 준비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범행은 배후세력 없이 홀로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팀장 박상진 1차장검사)은 이 대표를 습격한 A씨(66)를 살인미수죄 및 공직선거법위반죄로 29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의 범행을 도운 B씨(75)는 살인미수죄와 공직선거법위반죄를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B씨는 A씨로부터 ‘이 대표 처단을 정당화하기 위해 작성한 메모를 언론 등에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해당 메모를 보관해왔다.

A씨는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대항전문대를 방문해 가덕도신공항 예정부지를 둘러본 뒤 차량으로 이동하던 이 대표에게 18cm 길이의 흉기를 휘둘러 왼쪽 목 부분을 다치게 했다. A씨는 곧바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현장에서 쓰러진 이 대표는 내경정맥 재건수술을 받고 보름간 치료에 전념하다 지난 17일 당무에 복귀했다.

특별수사팀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후 당사자인 A씨와 B씨 외에도 가족, 지인, 현장 목격자, 과거 통화했던 인물 등 관계자 114명을 조사하고 통신내역과 계좌 거래내역, CCTV, 차량 블랙박스를 분석하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A씨가 등산용 칼을 구입해 숫돌에 갈아 뾰족하게 연마하고 칼로 찌르는 동작을 연습했을 뿐 아니라 민주당 홈페이지에서 이 대표의 일정과 동선을 확인하는 등 오랫동안 범행을 준비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A씨가 오랫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채 홀로 지내면서 극단적인 정치 성향에 빠져들면서 이 대표를 겨냥한 테러를 계획하게 됐다고 봤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A씨는 이 대표를 종북세력을 주도하는 정치인으로 여기며 적대감을 가졌다”며 “그는 ‘22대 총선에서 이 대표가 주도해 종북세력이 공천을 받아 의석 수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적화할 것’이란 생각에 이 대표를 살해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란 신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방조범인 B씨 외에는 이번 범행의 배후세력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A씨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휴대폰 포렌식과 통신내역을 분석한 결과 범행과 관련이 없음이 확인됐다. A씨의 10년간 계좌 거래내역, 가족 명의의 계좌 거래내용에도 범행과 연관성이 있다고 의심할만한 자금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 혼자 오랫동안 준비한 정치적 테러라는 것이 특별수사팀의 결론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