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행인으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했다. /사진=배현진 의원실 제공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행인으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했다. /사진=배현진 의원실 제공
배현진(41·서울 송파을) 국민의힘 의원을 습격한 중학생 A(15)군이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집회에 참여한 영상을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카톡방)에 공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를 두고 정치 혐오와 갈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A군은 지난 25일 오후 5시 2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입구에서 배 의원을 돌덩이로 여러 차례 머리를 가격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A씨가 미성년자인 점과 현재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서 한 병원에 응급입원시켰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연예인이 자주 다니는 미용실에 사인받으려고 주변을 배회하다가 배 의원을 보고 돌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배 의원은 비공개 개인 일정을 소화 중이었고, A군이 지난해 12월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집회에 참석한 영상을 같은 학교 학생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공유한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돼 계획을 갖고 배 의원에게 접근한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영상 속 A씨는 파란 비니를 착용하고, "이재명"을 연호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영상을 찍었다. 다만 A씨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A씨는 서울시 강남구 소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이다. A씨의 범행 사실이 알려진 후 온라인상에는 그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한 학생이라고 밝힌 사람들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해당 글에는 "A군이 평소에도 정신적 문제로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일이 있었다"며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고 평소 정치 이야기도 자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생도 "평소에도 일반 학생을 스토킹하고 콩알탄을 던지는 등 불미스러운 일을 많이 일으켰다"며 "다른 반 여학생을 반년 정도 스토킹했는데 인근 중학교 학생들에게 그 얘기가 퍼질 정도였고 그 여학생 사진을 내려받아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A씨는 우울증 증상이 심해져 폐쇄병동에 입원하란 지시를 받고 대기 중이었으며 범행에 사용한 돌은 평소 지니고 다닌 것이라는 취지로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대한 추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A군이 지난해 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한 20대 남성의 영장실질심사 출석 현장에 나타나 지갑을 던진 인물과 동일 인물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찰은 보호자 입회하에 조사한 뒤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 메시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 범행 전 행적 조사 등을 토대로 진술의 사실 여부를 파악 중이다.

피해자인 배 의원은 현재 퇴원 후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처벌을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배 의원은 퇴원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다 죽겠구나'하는 공포까지 느꼈다"며 "지금은 많은 분의 도움과 배려 덕분에 잘 치료받고 회복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A씨는 범행 직후 현장에서 자신의 나이를 밝히며 '촉법 소년'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경찰 확인 결과 2009년생으로 만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아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소년법상 19세 미만 소년 보호사건은 가정법원 또는 관할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사건을 심리하는데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 사실이 발견될 경우 그 동기와 죄질 등에 따라 형사처분할 필요가 있을 시 검찰에 송치할 수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도 배 의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민주당은 재차 발생한 정치 테러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증오와 혐오의 정치가 사라지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