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항저우 AG 금메달리스트…"이제 가족과 시간 보낼 때"
아듀, 펜싱 어벤져스…김준호, 태극마크 내려놓고 지도자로 첫발
한국 펜싱에는 '어펜져스'라는 단어가 쓰인다.

펜싱과 인기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를 합친 말로, 김정환, 구본길(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대전광역시청), 김준호(화성시청)를 일컫는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네 선수에게 이 별칭이 붙었다.

실력과 외모가 모두 뛰어난 데다 꾸준히 국제 대회 성과까지 내면서 네 선수의 존재감이 특히 부각된 것이다.

실제로 4명의 합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2022년 카이로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어펜져스는 지난해 9∼10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제는 어펜져스를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김준호가 국가대표에서 은퇴했기 때문이다.

김준호는 24일 소속사를 통해 국가대표로 더는 나서지 않겠다며 공식 은퇴를 발표했다.

김준호는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국가대표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할 계획을 원래 품고 있었다"고 밝혔다.

아듀, 펜싱 어벤져스…김준호, 태극마크 내려놓고 지도자로 첫발
그러면서 "물론 올해는 파리 올림픽이 있다.

그런데 지금 멈추지 못하고 파리 올림픽까지 또 열심히 하면 계속 은퇴가 미뤄질 것 같아 이번에 마음먹고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1994년생인 김준호는 기량만 보면 국가대표에서 내려오기는 이르다.

지난해 6월 중국 우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사브르 단체전에서 어펜져스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땄고,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2-2023시즌 남자 사브르 종목 세계 랭킹은 12위로, 우리나라 선수 중에 제일 높았다.

김준호는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전국선수권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 정상에 섰다.

그런데도 김준호는 지금이 국가대표 자격을 반납할 적기라고 봤다.

그는 "개인적으로 최근에 부상을 겪으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며 "내가 그 4명 중에는 결혼도 가장 빨랐고, 아이도 가장 먼저 태어났다.

이런 부분을 복합적으로 고려해보니 국가대표 은퇴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경력을 마무리한 이제 김준호는 지도자로 새롭게 출발한다.

화성시청에서 플레잉코치 자격을 얻어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지도자로 변신을 꾀한다.

아듀, 펜싱 어벤져스…김준호, 태극마크 내려놓고 지도자로 첫발
김준호는 "선수마다 특성이 다르니 맞춤형으로 잘 가르쳐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최대한 선수들의 장점을 살려주는 지도자가 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후회는 없다'고 거듭 강조한 김준호지만 동고동락한 어펜져스 동료들을 떠나는 상황을 언급하자 숨겨둔 아쉬움을 털어놨다.

김준호는 "동료들은 내 상황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다 응원해준다"면서 국가대표로서 계속 경쟁해야 하는 구본길, 김정환, 오상욱을 격려했다.

김준호는 "지금 다들 예민할 때다.

내가 단체전에서 많이 활약해서 아는데, 이럴 때일수록 서로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며 "선수들이 다 성향이 다르다.

그래서 내가 (구본근, 김정환) 형들과 자주 이야기했고, (오)상욱이한테도 더 많이 이야기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제 그런 역할을 해줄 사람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더 소통했으면 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 기량이 있는데도 (국가대표에서) 물러난다고 아쉽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오히려 지금까지 수고했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앞으로도 지도자를 포함해 이런저런 모습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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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