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강경보수파 비판해 온 로하니 "정치적 동기로 내 자격 박탈"
로하니 출마 막힌 국가지도자운영회의, 하메네이 후임자 결정권한
개혁파 이란 전 대통령, 최고지도자 선출기구 출마 금지돼
2015년 역사적인 핵 합의를 타결했던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이 이란의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선거 출마를 금지당했다.

24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로하니 전 대통령의 공식 웹사이트는 이날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선거의 후보자 심사를 담당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로하니 전 대통령의 입후보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하니 전 대통령은 이후 이 사이트에 글을 올려 "집권 전체주의 소수세력의 반헌법적 접근"이라며 해당 조치를 맹비난했다.

그는 "정치적 동기로 내 자격을 박탈한 자들, 그들은 (이슬람) 혁명과 국가의 소유자가 아니며 나라의 이해관계를 결정할 권한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집권 소수파가 궁극적으로 선거와 투표를 없애고 국민의 운명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국민의 선거 참여를 줄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이란의 모든 국가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최고지도자를 선출하고, 사망 또는 유고 시 후임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헌법기관으로 고위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의 임기는 8년으로 직접 선거로 선출된다.

로하니 전 대통령은 1999년에 처음 위원으로 선출된 후 3번 연속 위원으로 당선됐으며 최근 재선 의지를 밝혔다.

현재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4)로 차기 위원들은 그의 사후 후임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개혁파 이란 전 대통령, 최고지도자 선출기구 출마 금지돼
로하니 전 대통령은 개혁파, 온건파로 분류되는 정치인으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이란 대통령을 지냈다.

중산층과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그는 임기 중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축소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푸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핵 협상을 주요 6개국과 타결했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부활시키자 입지가 좁아졌고, 이후 정권은 강경 보수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에게도 넘어갔다.

로하니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강경 보수 정권과 정권의 주요 기둥인 이슬람혁명수비대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슬람 율법에 정통한 강한 보수 성향의 고위 성직자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가 로하니 전 대통령의 후보 자격을 박탈한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개혁 성향의 한 인사는 강경파들이 온건파들을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밖으로 몰아내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헌법수호위원회는 2016년 치러진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선거 당시 출마 희망자의 80%를 실격 처리했으며, 오는 3월 1일 치러질 총선에 나서려는 후보자들 중 수백명의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이란 관영 언론들은 290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에서 출마 자격을 얻은 후보 중 중도파는 30명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