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중국에 탈북민 강제 북송 금지를 처음으로 권고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그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중국에 대한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에서 정부는 강제송환 금지 등 국제법 준수와 함께 ‘탈북민에게 적절한 보호 조치 제공’도 요구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조용한 외교’에서 방향을 튼 것이며, 이전의 원론적인 서면질의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구금 중이던 탈북민 500~600명을 기습적으로 북한에 보냈다. 이후에도 탈북민을 추가 북송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탈북민이 북송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생지옥이다.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져 강제 구금과 고문 등 가혹한 처벌은 물론 즉결 처형까지 이뤄진다고 한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탈북한 것이 무슨 죄인가. 유엔은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하고, 강제 북송은 국제난민법과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중국은 난민지위 국제협약과 고문방지 협약에 가입했다. 그런데도 탈북민은 난민이 아니라 불법 체류자라며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조차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야만적인 인권 침해가 아닐 수 없다. 그래 놓고 세계 지도국가라고 말할 자격이 있나.

더 큰 문제는 지금도 상당수 탈북민이 중국 곳곳에서 억류돼 북송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붙잡혀 수감된 탈북민들은 강제 노역에 시달린다고 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민을 전원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말로만 그치는 실정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아예 눈감은 이전 정부와는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 헌법상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이다. 권고 수준을 넘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강제 북송을 저지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기고 협상력도 발휘해야 한다. 야당도 8년째 문을 못 여는 북한인권재단이 조속히 가동되도록 협조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