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그룹 보니M 레코드도 제작…제작 레코드 총판매량 8억5천만장
'밀리 바닐리 립싱크 기획' 프로듀서 프랭크 파리안 별세
대중음악 사상 최악의 립싱크 사기로 꼽히는 팝 듀오 '밀리 바닐리'를 기획한 프로듀서 프랭크 파리안이 별세했다.

향년 82세.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파리안이 미국 마이애미의 자택에서 운명했다고 가족 대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1941년 독일에서 태어난 파리안은 20대 초반 가수로 데뷔한 뒤 독일 팝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그는 1974년 '보니 M'을 프로듀스하면서 가수가 아닌 대중음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변신했다.

카리브해 출신 흑인 가수와 댄서로 구성된 보니 M은 당시 유행하던 디스코를 전면에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그룹의 중심은 남성 보컬 보비 페럴과 모델 출신인 여성 보컬 메이지 윌리엄스였다.

다만 페럴은 직접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립싱크를 하고 춤을 췄을 뿐이었다.

그러나 당시 대중은 이 같은 사실을 몰랐고, 보니 M은 화려한 무대를 앞세워 유럽을 넘어 미국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보니 M의 성공 공식이 한 걸음 더 진화한 것이 1988년 데뷔한 밀리 바닐리이다.

밀리 바닐리는 독일 태생의 흑인 혼혈 댄서와 프랑스 출신 흑인 댄서로 구성된 듀오다.

이들은 독일 뮌헨의 클럽에서 댄서로 활동하던 중 파리안과 계약했다.

파리안은 미국 흑인 가수를 고용해 당시 유행하던 랩을 가미한 댄스 음악을 만든 뒤 밀리 바닐리에겐 립싱크와 춤을 훈련했다.

밀리 바닐리의 레코드는 독일과 유럽 각국을 거쳐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9년 미국에서 발표한 '걸 유 노 잇츠 트루'(Girl You Know It's True) 앨범에서는 '걸 아임 고나 미스 유'(Girl I'm Gonna Miss You) 등 3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다.

밀리 바닐리는 1990년 그래미의 최고 신인상까지 수상하면서 최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후 실제 밀리 바닐리는 춤을 췄을 뿐 노래는 다른 가수가 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비판이 고조됐고, 밀리 바닐리는 사실상 퇴출당했다.

다만 실제로 밀리 바닐리의 성공 계획을 짠 파리안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이후에도 제작자로서 활동을 이어 나갔다.

그가 프로듀서로서 제작한 레코드의 총판매량은 8억5천만 장에 달한다.

파리안은 생전 인터뷰에서 립싱크 논란에 대해 "음악 팬들이 재닛 잭슨과 마돈나처럼 완벽한 무대를 바라는 상황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테이프를 틀고 춤을 출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미국인들은 '빌리지 피플'이 직접 노래를 불렀다고 진짜 믿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