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사고 낸 뒤 119 미신고…유족·경찰에 "딸이 운전" 거짓말
유족 "죄의식 없는 파렴치 행동"…경찰, 도주치사죄 등으로 영장 신청
[OK!제보] 교통사고 피해자 죽어가는데…딸에게 죄 떠넘긴 가해자
"교통사고로 다친 사람을 살리고자 했으면 119에 신고했어야 마땅하나 본인 차에 태워놓고는 바로 병원으로 이동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나쁜 사람을 엄벌해 죗값을 치르도록 해주세요…"
지난 1월 9일 오전 10시 30분께 강원 강릉시 신석동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A(78)씨가 투싼 승용차에 치였다.

사고 소식을 듣고 놀란 가족들이 병원을 찾았으나 A씨는 그날을 끝으로 가족들 곁을 떠났다.

A씨의 가족들이 병원에서 만난 가해 차량 탑승자들에게 "운전은 누가 했느냐"고 묻자 B(61)씨는 "딸이 운전했고, 나는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고 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딸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했고, 그의 딸 역시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했다.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는 다름 아닌 B씨였다.

B씨는 홀로 운전하다가 A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그가 죽어가는 피해자를 자신의 차량에 싣고 누른 전화번호는 119가 아닌 딸의 번호였다.

음주운전 전력으로 인해 면허취소 상태였던 그는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피해자를 살릴 생각보다 자신의 죄를 피할 생각부터 먼저 떠올렸다.

그 길로 딸을 만나러 간 B씨는 딸에게 운전대를 맡긴 채 병원으로 향했다.

사고 장소에서 지체 없이 병원으로 갔다면 15분이면 충분했지만, 사고가 난 지 40분이 지나서야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고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유족은 "사람으로서, 부모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며 "아무런 죄의식도 없는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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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일 A씨는 농사짓는 밭에 있는 창고를 다 고치고, 마무리 작업을 하러 가던 중 봉변을 당했다.

A씨의 아내는 충격으로 인해 농사 등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몸져누웠다.

B씨는 유족에게 "블랙박스는 경찰이 다 가져갔다"고 했으나 경찰이 조사에 나섰을 때 B씨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메모리카드가 없었다.

"차에 부딪히고 나서 A씨가 웅크리고 있었고, 숨도 쉬고 멀쩡해 보였다"며 무릎을 꿇기도 했으나 거짓 일색인 B씨의 말에서 유족들은 반성하는 표정을 읽거나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농로인 사고 현장에는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스키드 마크)도 보이지 않았다.

유족은 "좁은 농로에서 브레이크 흔적도 없이 얼마나 가속했길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시간지연과 잘못된 사고처리 방법으로 인해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했던 아버지가 사랑하는 가족들 곁을 떠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밤새워 울고 잠도 못 자고 괴로워하고 있는데, 가해자는 뻔뻔하게 모두를 속였다"며 "모든 증거를 찾아내 이 나쁜 사람을 엄벌해달라"고 했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온 강릉경찰서는 23일 B씨에게 특정범죄가중법 도주치사,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범인은닉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범죄은닉죄와 관련해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범인을 은닉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규에 따라 딸은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은 또 당시 B씨 차량의 속도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기록장치(EDR) 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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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