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AI 연구자’로 꼽히는 이홍락 LG AI연구원 최고AI과학자(CSAI·부사장)가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AI 기술이 바꿀 미래 모습을 전망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세계 10대 AI 연구자’로 꼽히는 이홍락 LG AI연구원 최고AI과학자(CSAI·부사장)가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AI 기술이 바꿀 미래 모습을 전망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는 개인마다 스마트폰을 쓰듯 ‘1인 1인공지능(AI) 비서’를 거느리는 시대가 올 겁니다. 인간 비서보다 생산성이 수십 배 높은 AI 비서가 일상의 많은 부분을 챙길테지요.”

이홍락 LG AI연구원 CSAI(최고AI과학자·부사장)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AI 연구 발전 속도가 5년 전보다 10배 이상 빨라졌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발전 사례가 계속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더 천재적인 AI 구현…계속 진화

이 부사장은 구글 AI 연구조직 ‘구글브레인’에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로 일하던 2013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로부터 ‘세계 10대 AI 연구자’로 선정된 석학이다. 2020년 12월 LG에 합류해 그룹 차원의 AI 전략과 연구를 이끌고 있다.

글로벌 AI 연구에 가속 페달이 달린 것은 지난해부터라고 그는 진단했다. 이 부사장은 “AI가 AI 연구 발전을 가속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AI가 소프트웨어, 코딩 자동화 등에 녹아들어 무엇이든 더 빠르게 학습 또는 흡수해 더 천재적인 AI를 구현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논문 하나를 학습하는 데 드는 시간을 AI가 단축해, 더 방대한 자료를 빠르게 읽고 종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AI가 제시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활용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이 부사장은 “오픈AI ‘챗GPT’가 쏘아 올린 ‘생성 AI’ 열풍 덕분에 AI를 일상에서 체감하는 새 전기를 맞았다”며 “아직은 글 쓰는 데 도움을 받는 정도지만 더 많은 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AI의 역량이 100이라면 요즘 생성 AI가 발휘하는 수준은 60에 불과하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나머지 40만큼의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발휘하도록 하느냐는 인간에 달렸다”며 “인간의 피드백이 있어야 AI가 발전한다”고 했다.

○AI, 산업 현장에 본격 적용

AI 발전에 따른 가장 급격한 변화는 산업 현장에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사장은 “상황을 인지하거나 현상을 분류하는 수준을 넘어, 알아서 예측하고 실행하는 형태의 AI 솔루션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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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I연구원도 여러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시계열에 비정형 변수까지 모두 반영해 상품 시장 수요나 원자재 가격 등을 예측해주는 AI ‘퓨처 캐스트’가 대표적이다. 새 화학물질이나 신약을 개발할 때 활용할 AI ‘딥 도큐먼트 언더스탠딩’도 3년 내 완성이 목표다. 이 AI는 특정 영역에 대한 전문 지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학습하는 게 특징이다.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전달하는 ‘환각’ 현상 때문에 AI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 부사장은 “올해는 각 계열사 생산 현장에 AI 과제를 본격 적용할 계획”이라며 “생산 효율이 획기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이 AI를 탑재한 카메라로 카메라 모듈 품질을 검사하면서 아낀 비용은 500억원에 달한다. 이런 AI 자동 공정을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에 확대한다는 얘기다.

그는 AI 발전 가능성엔 한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2016년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승부를 겨루던 때만 해도 6~7년 뒤 AI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꿈같은 얘기였다”며 “10년 뒤엔 집마다 AI 비서가 청소, 설거지를 도맡아 ‘가사 노동’이라는 말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비서가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을 코치해줘서 인간 수명이 길어질 날이 머지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