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이 고령과 건강상 문제 이유로 송환 불허
伊, 아르헨의 군사 정권 부역 신부 '범죄인 인도' 거부
과거 아르헨티나 군사 독재 정권에 부역해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성직자에 대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이탈리아 정부가 불허했다.

13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일 메사제로에 따르면 카를로 노르디오 법무부 장관은 전날 프란코 레베르베리(87) 신부의 고령과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송환 요청을 거부했다.

이탈리아 법원이 지난해 10월 레베르베리 신부의 범죄인 인도를 확정했지만, 노르디오 장관이 송환을 막은 것이다.

범죄인 송환과 관련한 최종 결정권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레베르베리 신부는 1976년 아르헨티나에서 20세 정치 운동가 호세 기예르모 베론의 고문과 살인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이중국적자인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과거 친정권 인사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자 2011년 아르헨티나를 떠나 이탈리아 북부 파르마 인근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해 그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아르헨티나 군사 독재 정권 희생자 유족을 대변하는 로마 소재 비정부기구인 '24 마르조'의 호르헤 이투르부루 대표는 "이탈리아 당국에 레베르베리의 범죄를 고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만약 신부가 송환되지 않는다면 이탈리아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1976년 아르헨티나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호르헤 비델라 군사 정권은 1983년 퇴진할 때까지 정치인, 학자, 학생, 노동조합원 등을 비밀리에 납치해 고문·살해했다.

이른바 '더러운 전쟁'으로 3만명이 실종됐다.

당시 정권에 부역했던 많은 범죄자 가운데 상당수는 이탈리아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델라 군사 정권하에서 8명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아르헨티나 육군 카를로스 루이스 말라토 전 중령에 대한 재판이 4월 22일 로마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반인도적 범죄 혐의를 받는 말라토는 레베르베리 신부와 마찬가지로 2011년 아르헨티나에서 탈출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은둔 생활을 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