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내수 경기가 심각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말부터 수출 개선세가 뚜렷하지만 민간소비, 투자·건설 등 내수 지표는 오히려 둔화 또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의 한 축인 내수가 반등하지 않으면 올해 2%대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4.2% 증가해 2022년 12월(10.8%)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 12월(-3.3%) 후 3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월간 기준으로는 작년 8월(2.9%) 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통상 연말인 12월에 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강한데 작년에는 소비가 부진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2.0% 급감했다. 할인점 매출도 2.2% 줄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국내 경기 상황을 가늠하는 10대 핵심 지표 중 소매판매액지수, 설비투자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건설기성액 등 7개는 작년 11월 하강 또는 둔화 국면에 빠졌다. 하강·둔화 지표가 7개나 나온 것은 작년 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소비 측면에서 고금리 영향이 정점에 달할 전망”이라며 “이때까지 민간소비가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허세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