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국민의힘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 겸 IM부문장(현 고문)을 영입한다. 정치권의 외부 인재 발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위직 출신 기업인 영입은 처음이다.

고 전 사장은 평사원으로 시작해 '갤럭시 신화'를 만든 최고경영자(CEO)로 정치권의 기업인 발탁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삼성 출신 중에 최고위직이기도 하다.

11일 여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고 전 사장을 영입하기로 하고 조만간 이같은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고 전 사장이 4월 총선을 위해 국민의힘에 합류하기로 했다"며 "경제 이해도와 산업 현장 경험이 많은 인물을 영입하는 게 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 전 사장은 경성고, 성균관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삼성전자 개발관리과에 입사해 사장 자리까지 오르면서 평사원으로서는 드문 신화를 일군 인물로 평가된다. 또 무선 사업부를 이끌며 '갤럭시' 휴대폰을 현 위치까지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스타 경영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임직원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해 '소통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한 저서 '일이란 무엇인가'를 출간했다.

고 전 사장의 출마 방식이나 지역구는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당내에서는 삼성 사업장 있는 경기 수원무 지역구에 고 전 사장을 배치하는 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비례대표로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원무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으로, 고 전 사장이 성대 출신으로 삼성전자를 오랫동안 이끈 인물인 만큼 이를 감안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원은 당내에서도 '보수의 험지'로 꼽히는 곳이다. 5개 지역구를 모두 민주당이 잡고 있는 만큼 여당에서는 4월 총선에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곳으로 분류된다. 국민의힘은 방문규 전 산업부장관, 김현준 전 국세청장,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등을 잇따라 영입해 수원 지역구에 힘을 실어 왔다.

여당 관계자는 "당초 고 전 사장까지 합류해 '수원 어벤저스'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판단이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비례대표로 출마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 전 사장을 시작으로 당에서 재계나 기업 인재를 추가로 더 영입할지도 관심거리다. 총선을 앞두고 외부 인재 발탁이 이어졌지만 산업계 인재는 드물었다. 현직 중에서도 삼성전자 엔지니어(상무) 출신 양향자 한국의희망 당대표 정도를 제외하면 재계 출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지역 격차 해소, 일자리 확보 등을 위해 기업 유치 및 산업 육성 등을 요구하는 지역이 많다"며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 중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을 영입하려는 시도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