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6.6% 증가한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D램 부문에서 흑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반도체 부문 적자가 줄어들며 세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D램 등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 1분기 반도체 부문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업황 회복세…삼성 "올 반도체 영업익 11조 달성"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다. 수요가 살아난다면 삼성전자가 ‘의도한 감산’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서다. 작년 4분기 실적은 ‘희망’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부문 적자를 전분기 대비 1조원 이상 줄인 것은 고무적이다. 산업계에선 올 1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며 삼성전자가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D램 거래 가격 상승 중

삼성전자는 9일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부문별 영업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부문 적자가 전분기 대비 40%가량 줄어든 2조원대로 방어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증가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D램 부문에서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덕분에 반도체 부문 적자폭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낸드플래시 부문은 감산에다 수요처 창고에 쌓여 있던 재고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적자폭을 다소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수요 반등은 거래 가격에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범용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거래 가격)은 지난달 기준 1.65달러로 전달 대비 6.45% 뛰었다. 낸드플래시 범용제품(메모리카드·USB용 128Gb 16Gx8 MLC)의 고정거래가격도 같은 기간 6.02% 상승한 4.33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대만 TSMC가 시장을 주도하는 시스템반도체 및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200㎜(8인치) 웨이퍼를 주로 쓰는 레거시(전통) 공정에서 가동률이 하락하며 파운드리 실적을 끌어내렸다. 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과 관련해선 통신칩의 고객사 납품이 지연된 영향도 컸다.

1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도

전자업계에선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 증가 등으로 반도체 부문이 이르면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에서 연간 영업이익 11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추정 영업적자 13조원보다 24조원 올려 잡은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1분기에 전분기 대비 13~1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모바일 D램 가격이 18~2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수요 증가와 함께 D램 가격이 계속 오르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적 개선을 위한 관건은 삼성전자가 언제 감산폭을 축소할 것이냐다. 업황 회복세가 확인되면 수익성을 담보하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D램은 1분기, 낸드플래시는 하반기 감산 규모를 줄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HBM으로 초격차 달성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확장되는 점도 삼성전자의 미래와 관련해 호재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기술 혁신을 이끌 D램, 낸드플래시를 앞세워 초격차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HBM 공급 능력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HBM 시장 규모는 올해 15억달러에서 2025년 56억달러로 네 배 가까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회사 측은 HBM3, HBM3E 비중을 늘려 고성능·고대역폭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온디바이스 AI 부문도 PC, 가전, 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부문에선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고성능컴퓨팅 등 다양한 응용처로 수주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특히 5㎚ 이하 최첨단 공정에선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200㎜ 레거시 공정에선 가동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예린/김채연/황정수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