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준조세 성격의 법정부담금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91개에 달하는 부담금을 대거 폐지하고, 부과 면제 대상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63년 만의 전면 개편인 만큼 한 번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분 아래 국민과 기업에 물리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1961년 도입 이후 경제개발 시기 재정 여력이 부족하던 1970~1980년대를 거치며 분담금, 부과금, 부가금, 예치금, 기여금 등 다양한 이름으로 증식을 거듭해 왔다. 규모도 2002년 7조4000억원에서 올해 24조원 이상으로 3배 이상 늘면서 국민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는 조세와 달리 납부 저항과 국회 통제가 적고, 일반회계 대신 기금 또는 특별회계로 관리돼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사업비로 쓰기 쉽다는 부담금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니 사실상 ‘꼼수 증세’로 활용해 온 측면이 크다. 정부와 정치권이 멋대로 용도를 변경하면서 엉뚱한 곳에 낭비하는 돈도 적지 않다. 무분별한 신·증설을 막기 위해 2002년부터 부담금관리기본법을 시행했지만, 시늉에 그치는 실정이다. 그동안 폐지된 부담금은 미미하고, 2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부담금이 67개로 전체의 73%에 달한다.

원점부터 재검토해 불필요한 것은 폐기하고, 불가피하다면 목적세나 과태료 등 다른 부과 체계로 전환하는 게 맞다. 영화산업 발전과 진흥을 위한다는 취지지만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키는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과 국내 관광 진흥과 국제 질병 퇴치를 명분으로 하는 출국납부금 등 정책 목표를 이탈한 부담금은 폐지가 마땅하다. 교통유발부담금, 재건축부담금 등 지나치게 높은 요율이 설정된 것도 손봐야 한다. 부담금을 쌈짓돈처럼 쓰려는 정부와 지자체, 혜택을 받는 이해관계자의 저항을 틀어막는 게 관건이다.

이참에 부담금 징수액에 대한 총량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 총 재정 규모 대비 부담금 비중의 상한선을 정해 부처별 무분별한 증액을 봉쇄하고 총량적으로 징수실적을 통제하는 제도다. 한번 줄여놔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늘어나는 ‘요요 현상’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