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이 상을 휩쓸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9일(현지시간) 개막을 앞두고 CES 주최 기관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선정한 CES 혁신상 수상기업 313개 중 42.8%인 134개가 한국 기업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수상기업의 86.6%인 116개는 벤처기업이며, 이 중 97개는 창업한 지 7년이 안 된 스타트업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이번 CES의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선전이다. 올해 신설된 AI 분야 혁신상 28개 중 절반 이상인 16개를 한국 스타트업이 차지했다. 마케팅 콘텐츠 창작 지원 AI부터 △웹툰 제작 지원 △호흡기 건강 분석 △창고 물류 관리 △금융 테이터 분석 등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호평받았다. 빅테크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AI 분야에서 우리도 어깨를 나란히 할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

AI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 최강 미국의 AI 경쟁력은 실리콘밸리의 무수한 스타트업과 빅테크 간 유기적 협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선 자본이 스타트업 시장으로 원활하게 유입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기업을 ‘포식자’로 치부하는 편협한 기업관과 낡은 규제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스스로 가로막고 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가 활성화되면 스타트업에는 강력한 창업 유인책이 될뿐더러 매각 후 또 다른 창업에 나서게 하는 등 생태계 선순환에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를 골목상권 침해로 보는 부정적 인식 탓에 한국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 회수 비율은 2%대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 비율이 20%를 넘는다. 대기업 인수에 긍정 요인이 될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에 대한 외부 자금 출자 비율을 40%로 제한한 것 역시 스타트업 육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혁신의 시대, 스타트업은 경쟁력의 뿌리가 될 소중한 자산이다. 이번 CES를 통해 K스타트업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규제 혁파와 제도 개선을 통해 그들의 성장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정치권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