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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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담 로펌을 선임한다. 전문 심리상담사도 선임해 악성 민원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 부처가 개별 행정 사건 대리를 위해 로펌을 선임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악성 민원을 전담하는 로펌이나 상담사를 선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의 이번 조치는 악성 민원으로 인한 직원 보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다른 부처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최근 ‘특별민원 대응 매뉴얼 및 소송 자문’ 용역 계약을 공고했다. 악성 민원(특별 민원)으로 피해를 본 고용부 직원의 적극적인 소송 대응을 지원하는 전담 로펌을 선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노동·행정 분야 송무 경험이 있고 1인 이상의 전담 인력을 구성할 수 있는 법무법인 등이 입찰할 수 있다. 사업 예산으로는 7000만원이 배정됐다.

고용부는 ‘2024년 트라우마 전문 상담’ 용역 계약도 공고했다. 악성 민원이나 재해사고 조사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를 입은 고용부 직원에게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1만3000명의 전체 직원 대상으로 총 1억6000만원이 투입된다.

이는 지난 10월 고용부가 정부 부처 최초로 실시한 ‘특별민원 직원 보호반’ 설치의 후속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고용부는 민원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직원을 상대로 직무 유기·손해배상 등의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률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가 담당하는 연간 민원 건수는 2500만 건 이상이다. 더욱이 연간 전화 인입량은 3600만통에 달해 중앙부처 중 민원 처리 건수가 가장 많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5일 고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최근 5년간 고용부에 발생한 특별민원은 총 2만9948건에 달한다. 지난해 업무 수행 중 직무 유기 등을 이유로 민원인으로부터 고소당한 건수도 113건으로 전년 72건 대비 57%나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겪는 법률·심리적 부담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직무수행 중 당한 민·형사상 소송 비용을 3000만원까지 지원하는 공무원 책임 보험이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지난 3년간 피소 근로감독관에 대한 지원 건수는 11건에 그친다. 무죄 혹은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최종 확정돼야 비로소 지원 대상이 돼, 길게는 수년의 재판 기간 본인이 법적, 심리적 부담을 그대로 짊어져야 한다.

지난해 5월 고용부 천안지청에서는 입사 9개월 차 근로감독관이 악성 민원인에게 직무 유기 등을 이유로 고소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은 별다른 법적·심리적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