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의 자체 평가급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이 공단의 평가급이 매년 최소 한도로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통상임금 요건인 ‘고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고정성은 성과나 업적 등과는 무관하게 확정적으로 지급받는 것을 말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15부(부장판사 정완)는 A씨를 포함해 서울시설공단 전·현직 직원 2163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들은 “13억7000여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시설공단은 2022년 1월 평가급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평가급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결과와 지방자치단체장이 결정한 지급률을 바탕으로 지급되는 ‘인센티브 평가급’, 평가 결과와는 무관하게 주어지는 ‘자체 평가급’으로 분류했다. 다만 지급 방법, 지급률 등 세부사항은 행정안전부가 매년 발표하는 지방공기업 예산 편성 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A씨 등은 자체 평가급 중 최소 한도로 보장되는 부분(2019~2021년 지급률 100%, 2022년 75%)이 있고 이 금액이 통상임금 요건에 충족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받지 못한 수당과 퇴직금, 지연손해금을 달라고 공단 측에 요구했다. 법원에선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돼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자체 평가급의 ‘고정성’ 여부였다. 근무 실적 평가를 바탕으로 결정되는 임금은 고정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근무 실적이 최하 등급이라도 최소 한도의 지급이 정해져 있다면 고정성이 있다고 인정될 수 있다.

법원은 공단의 자체 평가급엔 고정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매년 바뀌는 행안부의 예산 편성에 따라 지급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지급분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