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조건 개선 위한 정당한 노조활동"…대표·업체에 벌금 500만원씩
배송현장 촬영 문제삼아 계약끊은 업체…법원 "부당노동행위"
코로나19로 업무량이 폭증한 가운데 배송현장 촬영을 문제 삼아 기사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물류업체가 부당 노동행위로 처벌을 받게 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박민 판사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 서진물류 대표와 법인에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정 대표 등은 한 대형마트와 위탁계약을 맺고 운송 업무를 하면서 배송기사 A씨와의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마트산업노조의 온라인배송지회장이었다.

마트산업노조는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배송 물량이 폭증한 상황에서 기사들의 업무 현장을 촬영하기로 했고 A씨는 동료 기사와 노조 관계자를 연결해줬다.

2020년 3월 이 관계자가 A씨 동료 차량에 탑승해 물품을 지정된 장소에 놔두고 가는 배송 과정을 촬영하던 중 상품을 가지러 나온 고객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고객은 온라인 카페에 동의없이 촬영이 이뤄졌다는 항의 글을 올렸고 대형마트 측이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자 서진물류는 A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회사와 협의 없이 외부인인 노조 관계자를 운송 차량에 탑승시켜 무단 촬영을 하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배송물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기사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당한 노조 활동의 일환으로 촬영이 이뤄진 것이라면서 A씨에 대한 계약해지에 대해 "정당한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아울러 당초 비대면 배송 장면만 촬영하기로 계획한 만큼 고객 무단 촬영을 의도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서진물류 측이 '불법 노조 설립, 가입, 활동할 징후를 보이거나 단체 행동을 했을 때'를 계약해지 사유로 삼아 기사들의 노조 활동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짚었다.

한편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을 거쳐 복직 판정을 받았다.

사측은 행정소송을 냈으나 작년 2월 패소가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