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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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중국 공급망을 배제하고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강화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정이 시행되면서 수혜 전기차 차종이 대폭 줄었다. 미국 완성차 7개 브랜드의 19개 차종만 살아남았고 작년까지 적격 대상이던 일본·독일차는 올해부터 모두 제외됐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전용 공장을 올해 3분기 조기 가동해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美 보조금 받는 전기차, 절반 이상 줄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는 이날부터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명단을 새로 공개했다. 보조금 대상인 19종은 모두 미국 브랜드의 전기차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모두 43개 차종이 보조금을 받았지만 새해부터 절반 이하로 줄었다.

현지 판매 1위인 테슬라의 모델Y, 모델3 등 5개 차종이 7500달러 전액 보조금을 받는다. 제너럴모터스(GM)는 쉐보레(2종), 지프(2종), 캐딜락(1종) 등 5개 차종이 이름을 올렸고 스텔란티스 산하 크라이슬러와 지프의 전기차도 3개 포함됐다. 포드·링컨은 4종, 리비안은 5종이 들어갔다.

작년까지 보조금 대상이던 폭스바겐 ID.4 8종, 닛산 리프 2종, BMW·아우디 1종은 제외됐다. 현대차·기아가 대상에서 탈락한 이후 독일·일본차 업체들은 현지에서 생산하는 소수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그나마도 끊긴 셈이다. 미국 브랜드도 타격을 받긴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수혜 차종이 작년 말 9개에서 올해 5개로 줄었고 GM도 8개에서 5개로 감소했다.

보조금 대상이 대폭 줄어든 건 올해부터 IRA의 세부 요건이 더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IRA에 따라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을 공제해준다. 이 가운데 배터리 부품을 북미에서 제조·조립하도록 한 의무 비율이 작년 50%에서 올해 60%로 올라갔다. 미국 정부는 나아가 중국 기업을 해외우려기관(FEOC)으로 지정하고 FEOC가 제조·조립한 부품이 들어간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에 올해부터 보조금을 끊었다. 그동안 자동차업계에선 국적을 막론하고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타격받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

현대차·기아는 IRA가 처음 시행된 2022년 8월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현지 생산 전기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가격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리스차 판매를 늘리고 자체 인센티브를 확대하며 고군분투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0월께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신공장 가동을 시작해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를 모두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2025년 준공할 예정이었으나 올해로 앞당겼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하는 가운데서도 IRA 보조금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올해 전기차 판매량을 30% 안팎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