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비결은 다름 아닌 집요함입니다. 기회가 보이면 달려들어야 한다는 뜻이죠.”

"긍정적 집요함으로 고객社 설득…月 3억명 쓰는 채팅앱 만들었죠"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사진)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좌우명을 ‘긍정적 집요함’이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고객을 대할 때 ‘우리와 계약하면 원하는 걸 만들어주겠다’가 아니라 ‘당장 이번 주말 안에 만들어주겠다’고 말해야 한다”며 “이런 스타트업 정신으로 중요한 계약을 여럿 따냈다”고 강조했다.

센드버드는 기업용 채팅 솔루션 개발사다. 온라인 채팅과 음성·영상 통화 플랫폼을 기업에 제공한다. 기업은 센드버드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최적화된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2013년 창업 초기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한 센드버드는 지난해 말 기준 월간활성이용자 수 3억10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핀테크 업체 페이팔, 소셜미디어 레딧, 배달앱 도어대시, 약국 체인 월그린 등이 센드버드의 채팅 솔루션을 사용 중이다. 국내에서도 배달의민족, 요기요, 국민은행 등 세계에서 총 1200여 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2021년 시리즈C를 진행하며 기업가치 10억5000만달러(약 1조3600억원)를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으로 거듭났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 모바일 유저가 50억 명임을 감안하면 월간이용자 수 3억 명은 ‘적은 숫자’라는 것이다. 그는 “전기, 수돗물, 와이파이 등 인류 문명 깊숙하게 자리 잡은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재학 시절 삼성전자 프로 e스포츠 게임단 ‘삼성 칸’에서 1세대 프로게이머로 활약한 이력이 있다. 대학 졸업 후 엔씨소프트에서 3년간 일했다. 이후 2007년 게임회사 파프리카랩을 창업하고 5년 뒤 일본 게임업체 그리에 매각했다. 2013년 육아커뮤니티 ‘스마일패밀리’를 창업하면서 미국에 진출했다. 이후 이곳에서 채팅 기능만 떼어내 사업 방향을 바꾸고, 사명도 센드버드로 변경했다.

센드버드의 초기 정착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회사 운영 자금이 3개월 치만 남을 정도로 바닥나기도 했고, 2017년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할 때 미국 벤처캐피털(VC) 30개 회사에서 거절당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스타벅스도 170개 투자사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되뇌며 버텼다”며 “속이 타들어 가도 직원들 앞에선 웃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VC 투자자로도 활동 중이다. 2021년 ‘배일런(VARLON) 캐피털’을 설립해 30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를 운용 중이다. 지금까지 4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그는 “창업은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같다”며 “넘어져 봐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의 ‘이키가이(존재 이유) 벤다이어그램’을 예로 들기도 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돈이 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네 가지의 교집합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