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다 쓰지 못하고 올해로 넘긴 ‘이월 예산’이 40조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월 예산이 많다는 건 그만큼 예산을 계획성 있게 집행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무리한 예산 확보에 앞서 예산 집행의 짜임새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에선 예산 5분의 1 이월 ‘수두룩’

돈 없다던 지자체, 40조 못 쓰고 해 넘겼다
29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간한 ‘2022년 결산 전국 지자체 이월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자체의 평균 예산 이월률은 7.7%로 나타났다. 이월률은 지출액(세출)을 예산현액으로 나눠 구한다.

예산현액은 예비비 등을 포함한 실제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의 집행 가능 예산 511조5196억원 가운데 7.7%인 39조5058억원이 올해로 넘어왔다.

지자체의 예산 이월률은 2018년 9.3%에서 2019년 8.4%, 2020년 6.7%로 감소하는 추세였다. 2021년 7.2%로 다시 높아진 뒤 지난해에는 7.7%까지 올랐다.

이월 예산은 지자체가 쓰고 남은 돈인 순세계잉여금과 달리 ‘집행에 나서지도 않은 돈’이다. 이월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재정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회계 결산에선 정부가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예산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이월률이 다소 줄 순 있다”면서도 “조사를 통해 지자체의 예산 이월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는 것이 광범위하게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2022년 예산 이월률이 가장 높은 기초지자체는 전남 구례군(26.7%)이었다. 7212억원의 돈을 쓸 수 있었는데(예산현액) 5006억원만 집행했다. 뒤를 이어 경북 울진군(22.1%), 강원 평창군(21.4%) 화천군(21.4%) 순이었다.

광역지자체보다는 기초지자체, 자치구 및 시(기초)보단 군의 예산 이월률이 높았다. 광역시 평균 이월률은 3.3%인 데 비해 자치구는 평균 7.9%, 시는 11.7%, 군 단위는 15.3%에 달했다. 보고서는 “군 이월률 상위 10곳은 5분의 1(20% 이상)의 예산을 이듬해로 넘기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규모가 작을수록 사업을 기획하는 역량도 떨어진다는 얘기다.

“교부세 지급 시기 앞당겨야”

예산 이월은 세부적으로 지자체 의회가 승인하는 명시이월과 단체장 승인으로 끝나는 사고이월 등으로 나뉜다.

보고서는 지자체들이 불가피한 일 때문에 예산을 그해 쓰지 못한다고 간주하는 사고이월 대신, 의회 승인을 받는 명시이월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명시이월액은 19조2453억원으로 사고이월액(7조1233억원)의 2.7배에 달했다.

사고이월로 돌리면 이듬해까지 돈을 써야 하지만, 명시이월은 이듬해 한 번 더 사고이월로 돌려 예산 사용 기간을 2년으로 늘릴 수 있다. 손 연구위원은 “의회도 예산을 불용 처리하는 것보다는 낫기에 지자체 요청보다 더 큰 규모로 명시이월을 승인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지자체의 재정 효율성을 평가할 때도 사고이월을 주로 사용하는 점 또한 문제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세수 추계를 수정하고, 연말께 보조금과 특별교부세 등을 집중적으로 나눠주기에 이월액이 늘고 있다고 항변한다.

한 기초지자체 예산팀장은 “지난해 말에 교부세를 대폭 나눠줬다가, 올 연말엔 줄이는 등 들쭉날쭉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정부와 광역시·도는 교부금 지급 시기를 앞당기고, 지자체의 예산 집행 역량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