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2년 연장하려는 정부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법안 상정을 거부해서다. 민주당은 27일 정부와 국민의힘이 야당 요구대로 내놓은 중대재해법 취약기업 지원책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대 야당이 영세기업의 생사를 볼모로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했다.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인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인 공사)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시기를 당초 예정된 내년 1월 27일에서 2026년 1월 27일로 2년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3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올해 안에 민주당과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며 “28일 본회의 상정이 불발돼 개정안의 연내 통과는 물 건너갔다”고 했다.

여야는 양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구성해 네 차례 협의에 나섰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개정안 처리의 전제 조건으로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 사과, 산업재해 예방대책 및 예산 마련 등을 요구하며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 요구대로 이날 1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대책이 미흡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때문에 다음달 9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도 법안 상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83만 개가 넘는 50인 미만 사업장 대다수는 만성적인 인력난과 재정난, 정보 부족으로 아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준비를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양길성/원종환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