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4급 기용에 '총선용' 비판일자 '정책과 성과로 평가받겠다'더니
시민단체 "측근 정치 길 터주려고 도정 이용한 김영환 지사 사과해야"

김학도 충북도 경제수석보좌관(4급 상당)이 임용 4개월 만에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8월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을 지낸 인물이 4급 보좌관에 내정된 것을 놓고 '총선 출마용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김영환 충북지사는 당시 "정책과 성과로 평가받겠다"며 임명을 강행했다.

공석이던 정무보좌관을 경제수석보좌관으로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그를 임명한 것을 두고 '위인설관'이라는 비판론도 제기됐다.

그의 사의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일말의 부끄러움조차 실종됐다"면서 "지역정서나 충북도의 발전은 안중에 없고, 측근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길을 터주고자 도정을 이용했다"며 김 지사를 비난했다.

임용 4개월만에 '총선 출마' 사의 충북 경제수석…"도민 기만"
김 보좌관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김 지사에게) 사직 의사를 밝혔다"며 "내일 사직서를 제출하면, 주중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좌관으로 지내면서) 행정과 정치가 결정되는 과정을 보니 좀 더 효과적인 입법 등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고, 총선 출마를 결정하게 됐다"고 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보좌관 자리를 맡을 때만 해도 정치 생각이 없었는데, 최근에야 결심을 굳혔다"며 "(임기를) 짧게 마치는 게 안타깝지만, 외부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며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주 출신인 김 보좌관은 행정고시(31회)로 공직에 입문해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등을 역임했고, 공직 퇴임 후에는 2020년 5월부터 보좌관 임용 직전까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일했다.

앞서 김영환 지사는 지난 8월 12일 김 보좌관 내정 사실을 공개하면서 "차관급 인사를 4급 자리에 두는 게 격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청주 출신의 김 이사장이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크고, 풍부한 경력과 능력을 가진 김 이사장에게 중소벤처기업 지원과 신성장동력 구축 등의 업무를 맡기려 한다"며 "그를 영입한 이후 얻은 정책과 성과로 평가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보좌관도 "고향 발전을 위해 내 경험과 노하우를 지역에 환원하고자 한다"며 총선 출마용 인사라는 해석에 선을 그은바 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만에 그가 사직하자 '의혹이 현실이 됐다'는 비판론이 거세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 "선거용 경제수석 인사는 도민에 대한 기만이자, 도지사 측근에게 정치의 길을 터주고자 도정을 이용한 것"이라며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어선 안 된다.

김 지사는 도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청주의 한 정치권 인사는 "그가 경제수석으로 있는 4개월 동안 어떤 정책과 성과가 있었는지 김 지사는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한 개인의 출마를 위해 도정을 이용했다면 김 지사는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 지사는 지난 7월에는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김용수 전 서울산업진흥원 상임이사가 충북도립대 총장 1차 공모에서 떨어지자 재공모를 거쳐 총장에 임명하는 등 여러차례 '코드 인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고향이 청원구 내수읍인 김 보좌관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청원 선거구가 아닌 흥덕구로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흥덕구는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의 4선 도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김정복 흥덕구당협위원장·송태영 충북대 겸임교수·김동원 전 아시아투데이 부사장·이욱희 충북도의원, 진보당 이명주 청주지역위원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