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 사진=한경DB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 사진=한경DB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을 예고한 날짜를 하루 앞둔 26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나서게 되면서,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이 확연하게 옅어진 모습이다. 당 안팎에서는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를 '잡을 필요가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을 위한 표결에 들어갔다. 전국위 표결 절차는 이르면 이날 오후 1시께 발표되며, 한 전 장관은 오후 3시 당사에서 수락 연설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를 포용할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그러나 실제로 한 전 장관 등판이 임박하자,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 신당의 동력이 힘을 잃었다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정치인'으로 데뷔하는 한 전 장관에 모든 시선이 쏠린 데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전 청년 최고위원 역시 신당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이 전 대표와 관련 "그동안 보여준 언행으로 인해서 이미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지 오래"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준석 신당에 대해서도 "거물급 정치인이 합류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인데 현재로서는 본인이 가진 패를 하나도 열지 못하고 있다"며 "제3지대나 비명계도 거리를 두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도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지명자가 오늘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될 예정인데 내일이 이 전 대표가 예고한 탈당 날짜 아닌가. 시간이 하루밖에 안 남았다"며 이 전 대표가 잔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윤 선임대변인은 "'이 전 대표가 당에 잔류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같이 갈 수도 있지 않나'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렇게 되려면 이 전 대표에게 굉장히 파격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 당 대표에 준하는 권한을 주거나 일정 부분 공천 권한을 줘야 한다. 지금 당 상황에서 그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탈당할 수밖에 없도록 당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적인 말을 너무 많이 했다. (신당 창당) 날짜를 특정한 것이 전략적인 실수"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이준석을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온 하태경 의원도 이날은 "이준석 신당은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나와 "어차피 이준석 신당하고는 경쟁 정당이 됐다. '젊은 층에 대해 누가 더 소구력이 있나' 치열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준석 신당이) 비윤 정도 스탠스 당이라면 당 대 당 연대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당내 비윤도 있다"며 "반윤은 아니고 비윤정당 되면 선거연대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