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오염물질이 햇빛 반사…없어지면 온난화 심해질 수 있어"
논문 저자들 "대기질 개선 불가피…강력한 탄소중립 추진해야"
대기질 개선하면 온난화 심화…"상쇄할만큼 탄소중립 정책 필요"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측면에선 '탄소중립'과 '대기질 개선' 정책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류 생존을 위해선 양쪽 다 포기하기 어려운 만큼, 더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기상학회 학술지 '대기'에 실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손석우 교수와 최정 박사 논문을 보면 대기질 개선 정책이 실현됐을 때 지구와 동아시아 기온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후변화 완화·적응책을 소극적으로만 펼쳐 2100년 이산화탄소 농도가 2025년의 2배가 되는 시나리오(SSP3-7.0·고탄소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대기질 개선 정책이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시나리오'(SSP1-1.9·저탄소 시나리오)처럼 강력히 이뤄졌을 때와 그러지 않은 때를 비교했다.

저탄소 시나리오의 경우 2050년대 탄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이 달성된다.

논문에 따르면 고탄소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지구와 동아시아 평균 기온이 각각 10년당 0.30도와 0.36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고탄소 시나리오에 더해 대기질 개선 정책이 강력히 시행되는 경우를 가정하면 지구와 동아시아 기온 상승 폭이 10년당 0.33도와 0.41도로 커졌다.

저탄소 시나리오를 적용한 경우 기온 상승 폭은 10년당 0.14도와 0.21도였다.

일최고기온이 상위 10% 안에 드는 날을 말하는 폭염일은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10년당 4.01일, 고탄소 시나리오에 대기질 개선 정책을 결합한 경우에 10년당 5.03일, 저탄소 시나리오에서 10년당 2.21일 늘었다.

이런 전망을 두고 연구진은 "대기질 개선 정책과 탄소중립 정책이 양립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라며 "대기질 개선에 따라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온난화가 더 강력히 일어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유기탄소(OC), 블랙카본(BC), 오존, 메탄 등은 배출 후 10년 내 지구 복사 균형에 영향을 끼쳐 '근기 기후변화 유발 물질'(Near-Term Climate Forcers)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물질에 따라 햇빛을 산란시키는 경우가 있고, 반사하는 경우가 있다.

손석우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세먼지나 분진 등 대기 중 입자상 물질인 에어로졸은 일반적으로 햇빛을 '반사'해 온난화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며 "에어로졸을 전부 없애면 온난화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하면 온난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전기차가 도입되고 발전 방식이 바뀌면서 동아시아 대기질이 개선되는 추세"라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 대기질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이로 인한 온난화 효과를 상쇄할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