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국영방송 경영진 해임하고 예산 지원안 제출
전 정부측 대통령, 국영방송 지원안에 거부권 행사
폴란드 대통령, 새 정부 지출안 거부…전·현 정권 갈등 고조
10월 총선으로 정권이 교체된 폴란드에서 전·현 정권 간 긴장이 첨예해지고 있다.

두 세력의 갈등은 국영방송을 두고 가장 먼저 불붙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 계정에서 최근 출범한 새 연정의 예산 지출계획 법안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 지출안은 폴란드 국영방송 TVP의 지원금 30억 즈워티(약 9천928억원)를 비롯해 교사와 공무원의 봉급을 각각 30%, 20% 인상하는 내용이 골자다.

두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명백한 위헌이라는 관점에서 지출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영언론이 우선 믿을 수 있고 합법적으로 회복돼야 한다"며 자신이 국영방송 지원 예산을 뺀 별도 지출계획을 마련해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국영방송 정책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의원 내각제인 폴란드에서 실질적 권리는 총리가 쥐고 있으나 직선제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정부 입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 10월 총선에서 새로 집권한 친(親)유럽연합(EU) 성향의 새 연정과 8년 만에 야당이 된 민족주의 성향 법과정의당(PiS) 간 노선 충돌의 '서곡'으로 보인다.

두다 대통령은 현재 공식적인 당적은 없지만 법과정의당의 지지를 받아 2015년과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등 법과정의당 측 인사로 분류되며 임기는 1년반 정도 남았다.

도날트 투스크 신임 총리가 이끄는 연정은 지난 13일 집권한 지 일주일 만에 국영 언론 개혁을 선언하고 공영 미디어의 공정성 회복을 명목으로 국영 TV, 라디오, 뉴스 통신사의 사장과 이사진을 해임했다.

우파 포퓰리즘으로 평가되는 전 정부가 국영방송 TVP를 정권의 선전용으로 삼아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자신들에 유리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데 이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조처가 발표된 이후 TVP의 정규 방송과 뉴스 채널 웹사이트가 일부 중단됐다.

두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든 '위헌' 역시 새 연정의 국영방송 경영진 해임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