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소비자과학연구 이끌며 향미 객관적 정의·조직감 분석
'전국 된장 맛' 연구…"배합비 알아야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 가능"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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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人] ㊿ '식품의 단맛은 어디에서 왔을까?' 전북대 김미나경민 교수
"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 지수나 고추장의 매운맛을 표시하는 표준등급은 캡사이신의 농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하지만 식품의 온도나 텍스쳐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매운맛은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감각·소비자 과학은 사람의 감각(오감)을 활용해 이렇게 각기 다른 맛을 정의하고 분석하는 분야입니다.

"
전북대 생활과학대 식품영양학과 김미나경민 교수는 24일 전공 분야인 감각과학 연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감각과학 연구는 생소하지만, 우리가 평소 음식을 먹기 전 눈으로 살펴보고 코로 향을 느끼며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평가하는 일과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단순히 '단맛이 난다'고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맛의 성질이 발현되기 위해 식품이 어떠한 성분비를 가지고 어떻게 조리·가공이 되어 고유의 맛을 내는지를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측정해 프로파일링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게 전공자들의 일이다.

김 교수는 "일정한 양의 설탕을 넣는다고 해서 모든 식품에서 동일한 단맛이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며 "왜 어떤 음식은 같은 성분을 넣어도 어떤 제품에서는 단맛이 강하게, 어떤 제품에서는 단맛이 약하게 나는지에 대해 연구한다고 이해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이런 연구는 식품회사의 신제품 개발에 흔히 활용된다.

배합에 따라 도출되는 맛을 객관적으로 알면 매운맛을 강조하거나 강한 단맛이 나는 식품 등 회사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2014년 학교에 부임하기 전까지 식품회사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등 다양한 국책 연구기관, 국내외 식품회사와 함께 신품종 개량 등에 필요한 소비자 만족도 평가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농진청과 진행한 식량작물 신품종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의 경우, 기존 품종과의 차별성을 확인하고 품종 개량을 위한 개선점을 제시하는 데 기여해 농촌진흥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대학人] ㊿ '식품의 단맛은 어디에서 왔을까?' 전북대 김미나경민 교수
현재 김 교수와 그가 운영하는 감각과학 및 향미화학연구실 연구자들은 '전국 된장 맛 지도'를 그리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메주를 만든 뒤 숙성을 거쳐서 만드는 된장은 그 방식이 동일하지만, 맛은 물론 색도 지역마다 다르다.

이 차이를 가져오는 지역의 기후조건 및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의 차이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든 된장을 각기 다른 지역에서 발효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만든 메주를 한데 모아 같은 곳에서 발효하면서 지역별 된장의 향 특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피고 있다.

김 교수는 "전통 된장을 맛본 경험이 없는 2030 세대는 개량된장을 우리의 전통 된장이라고 인식한다"며 "고유의 전통문화인 장 담그기를 통해 나오는 된장의 구수하고 쿰쿰한 맛을 계량화하는 작업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차이를 파악하려면 '쿰쿰하다'나 '구수하다' 등 주관적인 향미를 객관적으로 정의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들은 색이 짙고 콩짜개가 많았을 때 된장을 구수하다고 느꼈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맛을 지표화하는 건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그만큼 재밌는 연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대학人] ㊿ '식품의 단맛은 어디에서 왔을까?' 전북대 김미나경민 교수
감각·소비자과학 연구는 1970년대에 미국에서 학문화되기 시작해 1세대 연구자가 현재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을 만큼 '젊은 학문'이다.

국내에도 김 교수를 포함해 관련분야 전문가가 10여명이 채 되지 않고, 우리가 매일 음식을 먹으며 생활하다 보니 연구원들도 실생활 곳곳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전북대 식품영양학과 4학년 재학생이 여행 중 접한 강원도 된장이 일반 된장과는 다른 색인데 착안해 강원도 전통 된장의 이화학적 특성에 대해 연구했고, 한 대학원생은 마라탕을 먹다가 '음식을 삼키고 20초 뒤에 매운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매운맛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맛있다'는 것은 각자의 기호일 수 있지만 '특정 향의 강도를 수치화하여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인지하는 식품의 배합비'는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활용 분야 역시 무궁무진한 만큼 더 많은 연구진과 함께 식품의 다양한 특성들을 프로파일링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