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대신 총을 든 우크라이나 선수 "1m 차이로 생사 엇갈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선수였던 알렉산드르 돌고폴로프(우크라이나)는 2022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자원입대해 전장에 뛰어들었다.

1988년생인 그는 2021년 5월 은퇴를 선언했지만 한때 세계 랭킹 13위까지 올랐던 선수가 전쟁 중에 군인으로 변신한다는 사실에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돌고폴로프는 현역 시절 투어 단식에서 세 차례 우승했고 2011년 호주오픈에서는 8강까지 진출한 경력이 있다.

또 2014년과 2015년에는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물리쳤던 만만치 않은 실력의 소유자였다.

그런 돌고폴로프가 최근 영국 BBC와 인터뷰를 통해 전쟁 현장의 상황을 전하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우리 위치를 대략 파악하고 총격을 가하기 때문에 총알이 날아오는 소리와 같은 느낌을 몇 초간 듣게 된다"며 "그 총알이 날아가는 곳과 1m 이상 차이가 있다면 괜찮겠지만 그것을 미리 알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돌고폴로프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의 정보국에 배치됐다가 지금은 다시 수도 키이우로 돌아와 다음 임무를 기다리고 있다.

라켓 대신 총을 든 우크라이나 선수 "1m 차이로 생사 엇갈려"
그는 "특히 포 사격이나 전투기 공격이 위험하다"며 "한 번은 러시아군 박격포가 우리 가까운 곳에 진출해 매우 위험했다"고 전했다.

당시 평소의 5배 이상 총격이 이어져 매우 위험했다고 돌아본 돌고폴로프는 "한 달 전에 조지아에서 온 지원군이 사망했고, 다른 동료는 하반신을 잃었다"고 슬퍼했다.

돌고폴로프는 "우리 부대에 사망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다른 부대에는 사망자가 많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숨지는 사람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무기가 더 필요하지만, 객관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서방 세계가 이 문제가 우크라이나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좀 더 행동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