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 출제범위서 대거 제외…'대학별 고사 강화·킬러문항' 가능성
"수능 난도 되레 상승할 것" 전망도…이공계 경쟁력 약화 우려 커
'현 수능 문과' 수준으로 수학 범위 축소…최상위 변별 어떡하나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현재 중학교 2학년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게 되면서 수험생들은 현행 문과 수준의 수학만 시험을 치르게 됐다.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은 것은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최상위권 수험생 변별이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입시업계에서는 최상위권을 선별하기 위해 대학별 고사가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출제 범위가 좁아진 만큼 변별을 위해 수능 난이도가 되레 상승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수준의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 수능 문과' 수준으로 수학 범위 축소…최상위 변별 어떡하나
◇ '사교육 자극' 우려에 미적분, 출제범위서 대거 빠져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22일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해 교육부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국교위 결정을 반영해 교육부가 조만간 2028 대입개편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교육부 확정안에서 심화수학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에 따라 수능 수학 출제 범위는 현재 공통과목인 '수학Ⅰ', '수학Ⅱ',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에서 선택과목 없이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로 좁혀질 전망이다.
수험생들은 문과 수준의 수학만 공부하면 된다.
현행 수능 과목인 '수학Ⅰ'과 '수학Ⅱ'는 2028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의 출제 범위인 '대수', '미적분Ⅰ'과 각각 같은 과목이다.
'확률과 통계' 역시 문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과목이다.
하지만 현재 선택과목 '미적분'에 포함된 수열의 극한, 미분법, 적분법은 수능 출제 범위에서 빠진다.
'기하'에 있던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 공간좌표도 시험 범위에서 제외된다.
국교위가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기로 한 것은 학습 부담 급증, 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걱정을 우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수능 수학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공통 과목 두 과목과 선택과목 중 한 과목 등 총 세 과목을 공부하면 된다.
그러나 심화수학이 신설되면 심화수학을 선택하는 수험생은 수학에서 총 다섯 과목을 공부해야 한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20년까지 수능 수학시험 범위가 과다해 선행 사교육이 성행했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과목인 기하를 가르치는 학원도 있었다"며 "심화수학 수능 편성은 이런 악몽을 되살릴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현 수능 문과' 수준으로 수학 범위 축소…최상위 변별 어떡하나
◇ '킬러문항' 출제 가능성 커져…'대학별 고사' 강화 가능성도
입시업계에서는 수능 수학 출제 범위가 좁아지고 현재 주로 이과생들이 보는 '미적분', '기하'보다 쉬운 과목으로 구성되면서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심화수학이 빠지면서 수능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어정쩡하게 출제하면 수능 수학에서 만점자가 속출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최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능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영역의 난이도가 지금보다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킬러문항' 출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능으로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지면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학생들을 선별하기 위해 대학별 고사를 강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서울 주요대 정시에서는 수능 점수만을 100% 반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 이 같은 사례는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시험 범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능 문제는 더욱 융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킬러문항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대표는 "수능이 느슨하게 나온다면 대학별 고사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시에서도 (수능 점수 100%를 반영하지 않고) 고교에서 심층 수학을 이수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려는 대학이나 학과들이 생길 것"이라고 봤다.
우 소장도 "정시에서도 수능 성적 외에 면접이든, 논술이든, 학생부 교과 등을 반영하는 대학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 수능 문과' 수준으로 수학 범위 축소…최상위 변별 어떡하나
◇ 이공계열 학생 경쟁력 하락 우려…"대학 와서 고교 과정 배워야 해"
수학계에서는 첨단인재 양성의 기반이 되는 수학 학습량이 줄어드는 데 대해 반발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적분의 경우 현대 수학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대학 이공계열 학습을 하는 데 가장 기초적인 학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할 이공계열 학생의 수학 능력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대한수학회는 심화수학 신설을 주장하면서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은 이공계열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 수학"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오직 대한민국만이 대학 신입생 상당수가 고교 4학년인 것처럼 고교 교육과정을 배우는 데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porqu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