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어제 내놓은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은 그동안 사적 책임으로 돌려온 간병비를 공적 부담으로 끌어안는 의미 있는 조치다. 수술 후 입원부터 퇴원 후 재택까지 환자 치료 전 단계별로 간병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사각지대인 요양병원과 재택에도 간병비 지원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간병 지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간병 부담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가 주로 머무르는 요양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 기관이 아니어서 환자와 보호자가 간병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데 ‘부르는 게 값’이다. 하루 평균 간병인 일당만 13만∼15만원으로, 한 달이면 4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에만 매달리는 보호자도 적지 않다. 간병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큰 이유다.

문제는 막대한 재정 부담이다. 연간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47만5949명(2020년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 간병비 지출은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은 사실상 간병비 ‘급여화’의 첫걸음이다.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연간 최대 15조원의 재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건보 재정 위기는 이미 심각하다. 현행 보험료율(7.09%) 유지 시 2028년께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간병비 급여화가 불필요한 경증 환자 입원을 폭발적으로 늘릴 것이란 우려도 크다. 하지만 당정은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든다’는 구호만 요란한 채 지속적인 재정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는 함구하고 있다. 재원 대책 없는 간병비 건보 적용은 또 다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간병비를 건보나 국비에서 지원하더라도 보장 정도와 범위는 차등화하는 게 합리적이다. 의료 필요도가 높아 간병이 절실한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적용하면서 요양보호사 인건비의 본인부담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