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같은 산업재해 보험금 빼먹기 실상이 고용노동부 감사로 또 드러났다. 지난달 시작된 고용부의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중간 결과 발표를 보면 부정 수급 사례는 요지경이다. 집에서 넘어진 부상을 산재로 속여 5000만원을 수령했는가 하면 개인 용무로 오토바이 음주 운행을 하다 생긴 사고로 1000만원을 받은 사례도 있다. 하지 완전 마비 판정으로 장애등급까지 받은 이가 휠체어를 박차고 걸어 다닌 경우도 있다.

이번 감사에서 117건, 60억여원의 부정 수급 사례가 적발됐지만, 드러나지 않은 조작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당초 11월 한 달을 감사 기간으로 정한 고용부가 연말까지로 연장한 것도 부정 수급 실상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재보험금이 ‘눈먼 돈’처럼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고용부에 ‘산재보험 업무상 질병 제도 운영 개선 건의서’를 낸 것도 그런 사정에서다. 무엇보다 산재 적용 범위가 급격히 확대돼 왔고, 법원에서도 웬만하면 근로자 편을 들었던 게 큰 요인이다. 2017년 1만1672건이던 산재 처리가 지난해 2만8796건으로, 5년 새 2.5배로 급증한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제정해 산업 현장의 안전을 전반적으로 강화해온 것에 비춰볼 때 ‘가짜’가 늘었을 것이라는 점은 지극히 합리적 의심이다. 산재 승인 비율도 급격히 올랐다. 5년 전 51%였던 승인율이 지난해 63%로 오른 것도 개인 지병이나 산업 현장 밖 사고까지도 상당수 산재로 둔갑했을 것임을 시사한다.

산재보험 역시 이름 그대로 엄연히 보험이다. 질병·질환·사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고, 엄정한 적용·판단 아래 보상이 이뤄진다. 보험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 보험료도 당연히 올라간다. 100% 사업주 몫이니 결국 기업 부담만 늘어난다.

고용보험도 허점투성이다. 고용부 통계를 보면 실업급여 수급 기간 중 재취업률은 2013년 34%에서 지난해 28%로 떨어졌다. 반면 수급 종료 후 3개월 내 재취업률은 이 기간 17%에서 23%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근래 실업급여 적용 기간과 금액이 늘어났다는 사실과 연계해 봐야 한다. 과잉·과속의 복지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국민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