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군 도와 왜적 맞서는 명나라 장수 등자룡 역
'노량' 허준호 "화합 잊은 이 시대, 이순신 장군 기억해야"
"이순신 장군은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기억해야 하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화합이란 걸 잊은 이 시대에요.

"
김한민 감독의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 출연한 배우 허준호는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이순신(김윤석 분)을 도와 왜적에 맞서는 명나라 장수 등자룡을 연기했다.

상관 진린(정재영)의 만류에도 병사들에게 "통제공을 지키라"며 적진에 뛰어드는 용장이다.

허준호는 "말하자면 남의 나라에 파견 간 등자룡이 왜 목숨을 걸고 이순신 장군을 도왔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것에서부터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고 회상했다.

"목숨을 내줄 수 있는 관계는 혈연뿐이잖아요.

아마도 등자룡과 이순신 장군은 그 정도로 절친한 관계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진린의 말도 무시하면서 (장군에게) 갔던 거고요.

두 분 다 우리가 떠올려야만 하는 대단한 분들이지요.

"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배역은 부담감 때문에 항상 피해 왔다면서도 '이순신 3부작' 중 한 편에 참여하게 된 것은 배우로서 큰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량' 역시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도망 나갈 구멍이 없나 살펴봤다"고 한다.

대사가 모두 중국어인 점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김 감독이 두 시간 반 동안 시나리오를 설명하는데, 앉은 자리에서 저를 완전히 홀려놨어요.

하하. 이순신 장군이 참전한 전쟁에 대해서는 분초 단위로 다 꿰고 있더라고요.

이순신을 이 사람만큼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믿음이 생겼습니다.

"
'노량' 허준호 "화합 잊은 이 시대, 이순신 장군 기억해야"
허준호는 '노량'에 출연하기로 한 다음부터는 대사를 통째로 달달 외웠다.

진린을 연기한 정재영과는 촬영장에서 한국말로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스로를 "욕심이 많은 배우"라고 한 그는 "웬만하면 만족을 못 하고 (화면에) 더 나오고 싶고, 더 촬영하고 싶어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량'은 이순신 장군의 피날레를 담은 작품인 만큼 자신이 돋보이지 않도록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이순신 역의 김윤석에 대해서는 "솔직히 걱정되기도 했다"며 "어떻게 그를 뒷받침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앞서 '명량'(2014)과 '한산: 용의 출현'(2022)에서 각각 최민식과 박해일이 같은 역할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2021)를 통해 4개월간 모로코에서 함께 생활한 허준호와 김윤석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허준호는 "배우 생활을 쉬는 동안 (매체에 등장하는) 김윤석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그는 좋은 배우"라고 극찬했다.

허준호는 최근 몇 년간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 캐릭터를 위해 20㎏을 감량할 정도로 배우로서 몸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이 정도 나이에는 보통 작품 수가 줄어드는 데, 저한테 대본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렇게 다시 기회가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한때는 다시는 배우를 하지 않겠다고도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왜 저를 찾아주시는 걸까… 그거까진 궁금하진 않아요.

그저 감사히 여길 뿐입니다.

"
'노량' 허준호 "화합 잊은 이 시대, 이순신 장군 기억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