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회째를 맞은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가 2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렸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오른쪽)과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2024년 대내외 금융·자본시장’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올해 10회째를 맞은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가 2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렸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오른쪽)과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2024년 대내외 금융·자본시장’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에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의 잠재력도 무시하면 안 됩니다.”(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중진국 함정에 빠진 중국의 지도부가 다시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있습니다.”(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

20일 열린 ‘2024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서 마이크를 잡은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고금리 시장 상황과 미·중 패권경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유럽, 일본의 경기 둔화 또는 침체를 예상한 가운데 신흥국 시장에 분산 투자할 것을 조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투자 유망 섹터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헬스케어 등을 추천했다.

○엔비디아보다 MS 투자 매력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 수석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 수석
김미섭 부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과 ‘2024년 대내외 금융·자본시장’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김 부회장은 투자자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미국 빅테크에 대해 “1~2년 반짝하고 끝나는 테마는 아니다”면서도 “매그니피센트7은 올해 워낙 많이 올라 내년에도 올해만큼 오르기는 쉽지 않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줄여서 ‘M7’이라고 불리는 매그니피센트7은 올해 미국 증시 강세를 주도한 애플 등 기술주 일곱 개 종목을 말한다.

김 부회장은 올해 동반 급등한 빅테크가 내년엔 종목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회장은 “올해 AI의 가장 큰 수혜는 AI를 만드는 엔비디아였는데, 내년에도 올해(250%)만큼 오를 수 있겠냐”며 “내년에는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거나 AI 기반이 되는 클라우드 업종이 부각되지 않을까 한다. 대표적 업체가 마이크로소프트(MS)”라고 말했다. AI 기술을 활용하는 서비스업체가 유망하다는 의미다. 김 부회장은 “올해 비만 치료제로 강세를 보였던 바이오·제약 기업들은 인구 고령화 등에 힘입어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독점적이고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춘 기업을 잘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김인철 KIET 부원장
김인철 KIET 부원장
김인철 산업연구원(KIET) 부원장은 국내 기업 중에선 반도체, 조선, 바이오 등 업종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는 AI용 반도체 수요 증가와 교체 수요가 겹치면서 수출이 큰 폭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오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시밀러를 밝게 봤다. 2차전지는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의 여파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 지역에 대해선 올해 주가가 많이 오른 미국과 일본은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성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24년은 미국이 세계 경제의 완만한 성장을 이끌고 가는 모습이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고금리 부담이 경제 전반에 작용하고 있고 고용 증가폭이 점차 둔화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미국 소비가 좋았던 것은 코로나 시기에 쌓인 초과저축 때문인데 현재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나타난다”며 “신용카드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게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당겨쓴 여력이 성장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중국 시장 전망은 엇갈려

전문가들은 “인도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6%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투자 유망 지역”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부회장은 “인도는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집권한 뒤 화폐개혁과 제조업 개혁이 이뤄지며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며 “모디 총리 집권 후 올해까지 10년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한화로 800조원인데, 같은 기간 한국 FDI(150조원)의 5배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인도 기업이 많다”고 부연했다. 안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과거 서비스 위주였던 인도의 외국인 투자가 미·중 패권전쟁 이후 제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선 시각이 다소 엇갈렸다. 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대비 낮은 생산성과 불평등도로 인해 중국 성장 둔화가 구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2위 대국이 연간 5% 성장하고 있는 걸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회장은 브라질 시장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작년 10월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헤알화 가치가 회복되는 등 정치·경제가 안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2009년부터 4년간 브라질에서 근무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