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주에 적용하는 과세표준을 변경하면서까지 가격 인하에 집착하는 것은 ‘서민의 술’이라는 소주의 특성 때문이다.

소주 출고가 인상 52일 만에 내려…식당서 가격 내릴지 미지수
원자재값이 워낙 가파르게 상승해 하이트진로 등 제조사의 출고가를 계속 억누르기 어렵자 세금을 낮춰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9일 소주 출고가(참이슬 360mL 기준)를 기존 1166.6원에서 1247.7원으로 인상했다. 1년9개월 만의 가격 인상이었다.

소주업계 1위 기업이 출고가를 올리면서 ‘소주값 7000원(음식·주점 판매가)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파다했다. 통상 출고가가 100원 오르면 음식점과 주점 판매가는 그 10배인 1000원 뛰는 것이 주류업계의 관행이다.

정부가 발빠르게 과세표준을 조정하면서 하이트진로가 내년 1월부터 출고가를 1115원으로 다시 내리기로 한 만큼 식당 소주값 상승 요인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번 자극받은 음식점 소주값이 현재보다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하이트진로가 2015년 11월 참이슬 출고가를 5.62% 인상한 이후 2019년 4월까지 3년 넘게 제품 가격을 동결한 시기에도 식당 주인들은 소주 가격을 병당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음식점주들로선 주요 메뉴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은 데다 배달 수수료까지 더해져 주류에서 이익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매상들이 정부 정책에 동조할지도 미지수다. 주류도매업중앙회는 이번주 소주 도매가 인하 방침을 밝힐 예정이라지만, 회원사들이 따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헌형/강경민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