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또 만만한게 골프…연이은 헛스윙 규제에 산업 울상
골프는 이른바 ‘타격감’이 좋은 산업이다. 이제는 많이 대중화됐다고 하지만, ‘사치 종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탓이다. 그 어떤 분야보다 시장 논리나 이성적인 논의 대신 여론을 의식한 탁상공론 규제가 힘을 얻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부터 적용된 골프장 그린피 규제다. 정부는 치솟는 그린피를 잡겠다며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시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존 회원제와 대중제의 이분체제를 회원제, 비회원제, 대중형 등 삼분체제로 개편했다. 기존 대중제 골프장에 주고 있는 세제 감면 혜택을 살피겠다는 의미였다. 기존의 세금 감면 혜택을 유지하려면 평균 코스 이용요금을 주중 18만8000원, 주말 24만7000원보다 낮게 해야 하는 조건을 달았다. 골프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일시적인 호황이 끝나간다. 시장에 맡기면 자연스레 정상화될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대부분의 대중제 골프장은 세금 부담을 피해 가격 규제를 받아들이는 ‘대중형 골프장’을 택했다. 세금을 더 내는 대신 그린피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는 비회원제 골프장을 택한 곳은 전체 대중형 골프장 253곳 가운데 14곳, 5.5%에 그쳤다.

올해 골프 시즌이 거의 마무리된 지금, 체시법 시행령의 성과를 돌아보면 처참할 정도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골프장을 찾은 골퍼 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7% 줄어들었다. 국내 골프장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 상반기에 비해 평균 24.5% 떨어졌다.

골프장을 가득 메웠던 손님들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엔데믹과 함께 해외 골프장으로, 그간 못 갔던 여행지로 사람들의 발길이 분산됐고, 골프장들은 손님을 받지 못하는 티타임을 할인된 가격에 내놨다. 시장 원리로 자연스레 가격 조정이 이뤄진 셈이다. 지난 몇 년 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연단체 손님도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모두 코로나19 종식을 앞두고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굳이 시장에 개입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골퍼들이 더 가파르게 빠져나간 지방 골프장에는 체시법이 오히려 그린피를 일정 수준으로 보전해주는 근거가 돼버렸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국내 골프업계에는 이미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골퍼들이 사라지다 보니 골프 의류업계에선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올 한 해 성적표를 본 용품사들도 긴축 경영에 들어간 지 오래다. “산업 전반에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골프장의 줄도산이 이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는 한 골프장 대표의 말을 더 이상 엄살로 흘려들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