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앞두고 15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나인퍼레이드’ 행사 참가자들이 산타복장을 하고 장기기증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주최한 이 행사엔 트레이너, 연예인, 일반시민들이 참가해 '뇌사시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학교 2학년 때 낙상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연세대학교 학생이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최근 이 학생을 기리기 위한 연세대 측의 명예 졸업증서 수여식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1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도원 씨(24)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장, 간장, 신장(좌우), 췌장을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김씨는 2020년 4월 지인을 만나고 귀가하던 중, 낙상 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다른 누군가의 몸에서라도 남아 곁에 함께 있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김씨의 꿈 중 하나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학도였기에 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도 그 꿈을 이뤄주고자 기증을 결심했다는 게 유족들의 설명이다.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김씨는 밝고 무엇이든 도전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다문화 가정이나 소외계층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학생 시절부터 다른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학습 기부도 해왔다고 한다.중학교 시절 관현악단 단원으로 지역사회에 문화 봉사활동을 했고, 고등학교 때는 독도 관련 동호회에 가입해 활발히 활동했다. 이외에도 바이러스 관련 의학도 또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루고자 공부도 열심히 해온 학생이었다.김씨는 2019년에 연세대에 입학한 지 2년도 안 돼 세상을 떠났다. 이런 김씨를 위해 지난 12일 연세대 공과대 학장실에서는 '故 김도원 학생 명예 졸업증서 수여식'이 진행되기도 했다.김 씨의 아버지는 "아들, 투병 중 14일 동안 하루에 2번 10분간의 만남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 그때 아들이 전해준 따뜻한 손의 온기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그 온기를 잊지 않고, 이웃과 사회에 전달하며 너의 마음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살게"라며 "도원아, 네가 언젠가 엄마에게 노래방에서 불러주었던 가수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 '여행'의 '날아다니는 새처럼 난 자유롭게 fly fly' 가사같이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자유롭게 날아가렴"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이를 살리고 떠난 김씨를 위해 연세대에서 명예졸업 증서를 수여한 것에 감사드린다"며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선한 영향력을 확산한 기증자와 유가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한편 김씨의 사망 이후 유가족은 30개월여의 긴 소송 끝에 2심 재판부로부터 "낙상 사고의 원인과 관련, 관할 지자체는 영조물 설치 및 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고도 밝혔다.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13년 간 짜장면 봉사를 한 문미선 씨가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1월 3일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 문미선(43세) 님이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되었다고 밝혔다.문 씨는 올 10월 25일, 운동 중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문 씨는 가족의 기증 동의를 통해 심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 4명의 생명을 살렸다.문 씨는 어릴 적 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후천성 실명 장애가 있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어려운 시절을 자라왔기에 주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는 항상 적극적이었고,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가족들은 문 씨가 4년 전 기증희망등록을 통해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싶다는 뜻을 알렸고, 문 씨가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기에 삶의 끝에도 남을 위하는 모습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과 생전의 약속을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대구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문 씨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 베푸는 친절한 성격이었다. 평소 남편과 함께 사짜모(사랑의 짜장면을 만드는 모임) 봉사팀을 13년 넘게 참여하며, 장애인과 청소년 등 어려운 이웃에게 식사 제공과 여러 활동을 통해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문 씨는 문화센터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며, 헬스, 수영, 등산, 마라톤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건강한 사람이었기에 갑작스러운 이별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큰 슬픔이었다고 한다.문 씨의 남편 김도형 씨는 “14년간 나와 함께 해줘서 너무 행복했고, 고마웠어. 이제 먼저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면서 우리 가족 지켜봐 줘. 진심으로 당신만을 사랑했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해오던 30대 의사가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지난 6일 순천향대 부천병원 임상조교수인 이은애(34)씨가 심장, 폐장, 간, 신장(2개)을 5명의 환자에게 기증했다.이 씨의 건강에 적신호가 온 건 지난 3일. 당시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던 이 씨는 머리가 아프고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을 갔다가 구토했다. 이후 어지러움을 느낀 그는 화장실 밖 의자에 앉아 있다가 행인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이송됐다.구급차 안에서는 의식이 있었으나 응급실에서 경련이 일어난 후 의식이 떨어졌고 뇌출혈(지주막하출혈)을 진단 받았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뇌사 상태가 됐다.유족들은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한 사명감으로 의사가 됐던 고인의 뜻을 잇고자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유족에 따르면 이 씨는 7년 만에 어렵게 얻은 맏딸로, 중·고등학교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모교 최초의 의대생이 된 그는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의대를 차석으로 졸업했고, 전공의 전공 1등을 하기도 했다.이 씨의 부친은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딸아이 친구들 외에는 주변에 부고를 알리지도 못했다"며 "깨어날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삼은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장기 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