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4일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로 인정되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없어지고 국가재정 건전성도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IMF가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암호화폐 시장은 돈세탁과 범죄가 난무할 뿐 아니라 이를 규제할 보안관이 거의 없는 미국 개척시대의 황량한 서부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암호화폐가 사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작년 한 해 동안 두 배 넘게 증가했고, 비트코인 단어 검색량은 ‘건강’보다 20배, ‘기후변화’보다 7배 많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의 범용화 및 법정화폐화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브라질과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가 시장에서 암호화폐의 범용화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이들 국가의 거시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로 인정되면 사람들이 기존 공식 통화를 쓰지 않으면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소용이 없어진다”며 “통화정책의 효과를 저해할 뿐 아니라 외화 보유 한도 등 외환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 징수가 불안해지거나 세금 집행 자체가 어려워져 국가 재정의 지속성을 훼손시킬 것”이라고 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암호화폐와 달리 안정성을 갖춘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의 자음과 모음처럼 디지털화폐도 명확한 규칙과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후 세계여성이사협회 특별포럼에 참석해 “한국이 성별 격차를 주요국 수준으로 낮추면 1인당 소득이 18%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성별 격차를 좁히는 것이 “좋은 성장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계 100대 여성 골프 선수 중 33명이 한국 여성”이라고도 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IMF의 연구에 따르면 퇴직금을 30% 줄이면 여성 고용이 1% 늘어난다”며 노동시장 유연화도 해법으로 제안했다.

패널로 참석한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성별 격차 축소는 저출산 개선과 여성의 경제 참여 확대를 통해 잠재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강경민/강진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