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전격 불출마 선언 하루 만에 김기현도 거취 결단
대표 2명 잇따라 중도사퇴…이준석 14개월·김기현 9개월만에 하차

지난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결성해 당권을 거머쥐었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일등공신'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국면에서 불과 이틀 새 잇달아 퇴장했다.

장 의원이 12일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데 이어 하루 뒤인 13일 김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전대 판 뒤흔들었던 '김장 연대', 총선 전 혁신 요구에 동반퇴장
당 안팎에서 이른바 '김장연대'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전당대회 레이스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작년 12월 중순께였다.

'김장연대'는 당권 주자인 김 의원과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자 정권 실세로 통했던 장 의원이 연대해 차기 당 대표 선거에 나선다는 의미로, 성사 여부가 당시 전당대회 판을 흔들 최대 변수로 꼽혔다.

당시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던 김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앞다퉈 친윤계 핵심 장 의원에게 연대의 손짓을 내밀었으나, 장 의원은 결국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장 의원은 작년 12월 20일 자신이 상임고문으로 있는 단체인 경남혁신포럼 행사에 현역 중 유일하게 김 의원을 초청한 뒤 인사말에서 당권에 도전하는 김 대표를 거론, "울산시장을 하며 행정 경험을 쌓고 국회에서 4선, 원내 사령탑까지 한 투쟁력과 전략을 동시에 가진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12월 26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또다시 김 대표만 초청해 '김장연대'를 공식화했다.

김 대표는 "혼자가 아니라 두 명이 같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했고, 장 의원은 "김 의원이 덕장이자 용장 자질을 갖춘 지도자다.

내년 전당대회에서 선출할 당 대표의 가장 대표적인 자질은 연대로 통합을 끌어낼 리더십"이라고 화답했다.

이후 '김장연대'에 힘입어 한 자릿수에 그쳤던 '당권주자 김기현'의 지지율이 수직 상승했고, 김 대표는 2위 안 의원을 큰 격차로 누르고 3·8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김장연대'의 결말은 총선 4개월 전 '동반 퇴장'으로 마무리됐다.

장 의원은 지난 1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 산소를 찾은 사진을 올리며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고 글을 남겨 불출마 결단을 시사했다.

이어 다음날인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주길 부탁드린다"며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당 안팎의 시선은 곧장 '김장연대'의 또 다른 한축인 김 대표를 향했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당 전체 면모를 일신하는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되려면 김 대표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당내 비주류 의원들은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 김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결단을 촉구하며 압박 강도를 높여나갔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일부 친윤 초선 의원들이 김 대표 '엄호'에 나섰지만, 당 대표 사퇴 반대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했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성남공항에서 배웅하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직후 국회를 떠나 종적을 감춘 채 사흘째 장고를 했고, 결국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당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내년 총선을 지휘할 당 대표에 오른 지 9개월 만이다.

직전 당 대표인 이준석 전 대표가 2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14개월 만에 물러난 데 이어 김 대표가 9개월 만에 또다시 조기에 하차하게 된 것이다.

당내에서는 '주류 희생' 혁신안에 당내 중진 의원 중 처음 화답한 장 의원의 '결단'이 김 대표가 당초 계획했던 거취 결단 시기를 앞당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김 대표는 현재로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 의원과는 달리, 내년 총선에서 현재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에 출마해 5선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