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방어 강조하다 가자 민간인 보호로 무게이동
숄츠, 네타냐후에 정밀표적·인도지원·서안 폭력방지 요구
'홀로코스트 원죄' 독일도 이스라엘에 "군사전략 바꿔" 쓴소리
그간 과거사 때문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굳건히 지지해온 독일이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며 전보다는 비판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고통을 막기 위한 군사 전략으로 조정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베어보크 장관은 "우리는 이스라엘이 특히 (가자지구) 북부에 더 많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고 군사 행동을 표적화해 더 적은 민간인 사상자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이 전투를 어떻게 수행하느냐가 정치적 해결 관점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베어보크 장관의 발언은 그간 독일이 이스라엘에 대해 표명했던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은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과 관련해 유럽 국가 중 가장 강력한 지지를 보내왔다.

'홀로코스트 원죄' 독일도 이스라엘에 "군사전략 바꿔" 쓴소리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후인 지난 10월 12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연방하원에서 "이 순간에 독일의 자리는 이스라엘의 옆자리밖에 없다"면서 "이스라엘의 안보는 독일의 국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국제법적으로 이런 야만적인 공격에서 자국과 국민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이 겪는 큰 고통과 테러, 증오, 인간혐오로 우리 마음이 무겁다"고 연설했다.

독일의 이 같은 지지에는 나치정권 시절 저지른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역사인식이 반영돼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세계 2차대전 시기 독일 나치정권이 자행한 홀로코스트로 최소 600만명의 유대인이 살해됐다.

숄츠 총리는 연방 의회 연설에서 "우리의 과거사, 홀로코스트로부터 연유하는 책임에 따라 이스라엘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편을 드는 것은 우리의 상시적인 과제"라며 "이 책임이 우리를 이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독일에서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도 반유대주의로 간주해 강력하게 규제된다.

숄츠 총리는 지난 7일 저녁 유대교 명절 '하누카'를 맞아 베를린에서 열린 촛불 점등식에 참석해 유대인과의 연대와 반유대주의 차단을 강조하고 인질의 즉각적 석방을 촉구했다.

그러나 그는 이틀 뒤인 지난 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더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비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