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대 도서에 적힌 필경사의 광고 문구. “책에 관심이 있으면 나를 찾아와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중세 시대 도서에 적힌 필경사의 광고 문구. “책에 관심이 있으면 나를 찾아와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렇게 멋진 책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노트르담 대성당 건너편에 있는 저를 찾아주세요.”

[이승우의 IT인사이드] 광고를 피하기 위한 비용 1만4900원
중세의 끝자락인 13~15세기 유럽. 문맹률이 낮아지면서 책을 읽는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구텐베르크가 15세기에 인쇄 기술을 발명하기 전까지 모든 책은 손으로 쓰였다.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책은 단연 성경이었다. 성경을 베껴 쓰는 일은 수도사의 몫이었지만 수요가 폭증하면서 장인들이 이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손님을 모으기 위한 장인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10개 이상의 필체를 사용해 능력을 과시하던 장인도 등장했다. 직접적으로 광고 문구를 넣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을 에르니라고 칭한 한 필경사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자신의 사무실 위치를 알리는 문구를 넣었다. 다른 책에도 비슷한 광고들이 곧잘 실렸다.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스팸 광고다.

중세 시대 등장한 스팸 광고

이메일을 통한 최초의 스팸은 기록이 남아있다. 1978년 5월 3일 컴퓨터 장비 회사인 DEC의 마케팅 매니저였던 개리 투어크는 신제품 시연 행사에 사람들을 초청하기 위해 이메일을 대량으로 보냈다. 현재의 인터넷이 아니라 미국 국방부가 군사적 목적으로 만든 아르파넷(ARPARNET)을 쓰던 시절이다. 그는 행사장과 가까운 미국 서부의 기관 393곳에 행사를 알리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메일을 받은 사람들은 엄청난 거부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많은 기관이 이메일을 보낸 DEC와 아르파넷을 운영하는 국방부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국방부 아르파넷 담당자는 이용자들에게 “미국 정부의 공식 업무용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아르파넷 사용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회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스팸 메일은 큰 효과를 거뒀다. 신제품 행사는 큰 관심을 불러 모았고 1200만달러 가까이 장비가 팔려나갔다. 이 덕분에 이메일을 활용한 스팸 광고가 기승을 부리게 됐다. 스팸 메일은 초고속 인터넷이 한창 보급되던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전체 이메일 트래픽의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48.6%까지 줄었다. 스팸 메일을 걸러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메일의 효과가 갈수록 줄어드는 탓이다.

치솟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

스팸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일방적인 광고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스팸을 받는 입장에선 ‘원하지 않는 광고’다.

광고는 흔히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린다. 기업은 광고를 통해 상품을 알린다. 광고 하나가 회사의 흥망을 가르기도 한다. 광고를 싣는 플랫폼은 광고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소비자에게 무료, 혹은 싼 값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천이다. 유튜브를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은 영상 시작 전에, 또는 중간중간 불쑥 튀어나오는 광고 덕분이다. 무료 모바일 게임의 상당수도 한 스테이지가 끝날 때마다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정보기술(IT) 발달로 광고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는 온갖 방법으로 이용자의 정보를 수집해 관심 있을 만한 맞춤형 광고를 보여준다. 일부는 정보가 될 수 있지만 대다수는 스팸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서 광고를 제거하는 상품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의 경우 광고가 없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는 월 9500원, 광고 요금제는 월 5500원이다. 광고에 대한 대가가 4000원인 셈이다.

유튜브도 광고가 없는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을 팔고 있다. 2016년 출시 당시만 해도 월 8690원이었지만 2020년 1만450원으로 올렸고 최근 1만4900원까지 인상했다.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소비자가 반대로 돈을 내는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