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빨간 머리 '드라큘라',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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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 인터뷰
2014년 초연부터 5번째 시즌까지 '개근'
"10주년 뜻 깊어, 하나의 명함 같아"
"자율성 있는 초연작 선호해 만난 '드라큘라'"
"매 순간 감사함 갖고 임하는 중"
2014년 초연부터 5번째 시즌까지 '개근'
"10주년 뜻 깊어, 하나의 명함 같아"
"자율성 있는 초연작 선호해 만난 '드라큘라'"
"매 순간 감사함 갖고 임하는 중"
누구든 1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로 뮤지컬 배우에게도 '10주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2014년 초연부터 재연, 삼연, 사연, 그리고 다섯 번째 시즌까지 뮤지컬 '드라큘라'를 빛내고 있는 김준수는 이를 "하나의 명함 같다"고 표현했다.
지난 11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김준수는 "10주년은 뮤지컬 분야에서 뜻깊은 것"이라며 "2년에 한 번꼴로 공연해서 매번 사랑받는 작품에 초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는 건 배우로서 영광이고 굉장히 뿌듯하다"고 밝혔다.
2014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 '드라큘라'는 당시 2개월 만에 1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운 데 이어 2016년 재연에서 3000여 석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매진시켰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갔고, 4번째 시즌만에 서울에서만 4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마니아층을 탄탄하게 다졌다.
김준수는 '드라큘라'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중년 남성들이 하는 역할이 내게 왔다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초연작은 여러 가지를 조금 더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해온 틀이 있어서 창작 뮤지컬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있다는 점에서 나의 니즈와 잘 맞았다"고 10주년까지 '개근'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드라큘라' 외에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 지속해서 국내 초연작을 택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고 했다.
국내 무대에 오르고 있는 '드라큘라'는 논 레플리카(Non-Replica, 현지 정서에 맞게 원작을 수정해 재구성한 작품) 버전으로 브로드웨이 공연에는 없는 드라큘라의 '쉬(She)', 반 헬싱의 '라스트 맨 스탠딩(Last Man Standing)', '노스페라투 레시트(Nosferatu Recit)'까지 3곡이 추가됐다.
김준수는 "한국 작품은 거의 창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면서 "'쉬'도 다른 나라에서는 이 넘버 없이 어떻게 공연이 올라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넘버"라고 전했다.
이어 "(초연 때부터) 같이 의견을 나누다 보니 작품을 많이 이해하게 됐고, 또 해를 거듭할 수록 내가 찾지 못했던 부분, 의문이 들었던 부분을 납득시키려고 새로운 디테일도 추가해서 연기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작품에 더 깊게 매료되고 빠지는 것 같다"며 '드라큘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목 그대로 드라큘라 백작의 캐릭터성이 유독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가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차갑고 날카롭게 그려진다. 무대 위 드라큘라의 매력이 곧 작품의 매력이자 서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김준수는 연기와 관련해 "초연 때는 드라큘라처럼 보여야 한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인간이 아닌 캐릭터를 할 때 부담감이 컸다"면서 "처음에는 이질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인간이었을 때의 드라큘라는 어땠을지에 초점을 뒀다. 인간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사랑하는 대상인) 미나와 더 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화하려고 했다. 그래야 드라큘라 특유의 다혈질적인 모습도 더 다이내믹하게 느껴지더라"고 밝혔다.
김준수의 드라큘라는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이라는 애칭과 함께 사랑받고 있는데, 샤큘의 가장 큰 특징은 피를 떠올리게 하는 새빨간 머리카락 색깔이다.
초연 때부터 빨간색 머리를 고집해오고 있는 김준수는 "사실 3연 때부터는 빨간 머리를 안 하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사랑받게 돼서 막상 하지 않으면 초심 잃었다고 할까 봐 해왔다"며 웃었다.
이어 "내가 상상력을 가미시킨 게 사랑을 받은 것일 뿐이다. 사실 원작 캐릭터는 검정 포마드 스타일"이라며 "빨간 머리가 물이 잘 빠지고 일주일 단위로 염색해야 해서 어렵다. 빨간 물이 떨어지니 피부도 안 좋아지고, 베갯잇도 빨갛게 물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정말 안 하려고 했는데 제작사에서 '그럴 거면 애초에 안 해야 했다', '샤큘은 이걸 보러 오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니 또 마침 10주년이라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주년이면 모든 걸 총망라하는 거니까 더더욱 해야겠더라. 앞으로 '드라큘라'를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빨간 머리의 드라큘라는 마지막"이라고 털어놨다. 김준수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03년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해 이후 2009년 팀을 탈퇴하고 다시금 새 출발 선상에 설 수 있게 해준 게 바로 뮤지컬이었다. 어느덧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지도 12주년이 됐다. 2010년 초연된 '모차르트!'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해 줄곧 대형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준수는 뮤지컬에 도전하던 때를 회상하며 "누구나 꿈꾸는 주연 배우를 바로 꿰찬 건 사실이라 그에 대해 감사함이 더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꾸준히 잘하면 알아봐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그런 마음으로 매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하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이럴 줄 알았어'라고 볼 거라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단 한 번이라도 음 이탈이 나거나 대사가 틀리면 안 되고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큰 실수 없이 열심히 하다 보니까 이렇게 10주년 기념 '드라큘라' 무대에도 서고, 뮤지컬 배우로서 인터뷰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마음 깊은 곳에 품어뒀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김재중·박유천과 함께 동방신기를 탈퇴하던 당시 소속사를 상대로 불공정계약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던 그는 이후 JYJ를 결성하며 활동을 이어가려 했지만 오랜 시간 지상파 등 방송 출연이 쉽지 않았던 바다.
김준수는 "그때 뮤지컬은 내게 하나밖에 없는 동아줄이었고, 그걸 잘 잡고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심적으로 큰 변화가 생긴 뒤 숨어서 살다가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와서 한 활동이 뮤지컬이었다"고 고백했다.
"매 회·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기적이 올해까지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동방신기로 활동할 때는 방송에 나가는 게 너무 당연하고, 또 제가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몰랐는데 이젠 모든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매 순간 감사하다는 걸 알았죠. 군대 갔을 때를 빼고 20년 동안 공연을 쉰 적이 없어요. 일 년 열두 달을 뮤지컬 공연으로 꽉 채웠고, 그 사이에 콘서트도 빠진 적이 없죠. 그 모든 수많은 공연을 해도 늘 보러와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매번 놀랍고, 감사합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지난 11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김준수는 "10주년은 뮤지컬 분야에서 뜻깊은 것"이라며 "2년에 한 번꼴로 공연해서 매번 사랑받는 작품에 초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는 건 배우로서 영광이고 굉장히 뿌듯하다"고 밝혔다.
2014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 '드라큘라'는 당시 2개월 만에 1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운 데 이어 2016년 재연에서 3000여 석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매진시켰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갔고, 4번째 시즌만에 서울에서만 4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마니아층을 탄탄하게 다졌다.
김준수는 '드라큘라'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중년 남성들이 하는 역할이 내게 왔다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초연작은 여러 가지를 조금 더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해온 틀이 있어서 창작 뮤지컬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있다는 점에서 나의 니즈와 잘 맞았다"고 10주년까지 '개근'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드라큘라' 외에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 지속해서 국내 초연작을 택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고 했다.
국내 무대에 오르고 있는 '드라큘라'는 논 레플리카(Non-Replica, 현지 정서에 맞게 원작을 수정해 재구성한 작품) 버전으로 브로드웨이 공연에는 없는 드라큘라의 '쉬(She)', 반 헬싱의 '라스트 맨 스탠딩(Last Man Standing)', '노스페라투 레시트(Nosferatu Recit)'까지 3곡이 추가됐다.
김준수는 "한국 작품은 거의 창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면서 "'쉬'도 다른 나라에서는 이 넘버 없이 어떻게 공연이 올라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넘버"라고 전했다.
이어 "(초연 때부터) 같이 의견을 나누다 보니 작품을 많이 이해하게 됐고, 또 해를 거듭할 수록 내가 찾지 못했던 부분, 의문이 들었던 부분을 납득시키려고 새로운 디테일도 추가해서 연기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작품에 더 깊게 매료되고 빠지는 것 같다"며 '드라큘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목 그대로 드라큘라 백작의 캐릭터성이 유독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가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차갑고 날카롭게 그려진다. 무대 위 드라큘라의 매력이 곧 작품의 매력이자 서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김준수는 연기와 관련해 "초연 때는 드라큘라처럼 보여야 한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인간이 아닌 캐릭터를 할 때 부담감이 컸다"면서 "처음에는 이질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인간이었을 때의 드라큘라는 어땠을지에 초점을 뒀다. 인간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사랑하는 대상인) 미나와 더 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화하려고 했다. 그래야 드라큘라 특유의 다혈질적인 모습도 더 다이내믹하게 느껴지더라"고 밝혔다.
김준수의 드라큘라는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이라는 애칭과 함께 사랑받고 있는데, 샤큘의 가장 큰 특징은 피를 떠올리게 하는 새빨간 머리카락 색깔이다.
초연 때부터 빨간색 머리를 고집해오고 있는 김준수는 "사실 3연 때부터는 빨간 머리를 안 하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사랑받게 돼서 막상 하지 않으면 초심 잃었다고 할까 봐 해왔다"며 웃었다.
이어 "내가 상상력을 가미시킨 게 사랑을 받은 것일 뿐이다. 사실 원작 캐릭터는 검정 포마드 스타일"이라며 "빨간 머리가 물이 잘 빠지고 일주일 단위로 염색해야 해서 어렵다. 빨간 물이 떨어지니 피부도 안 좋아지고, 베갯잇도 빨갛게 물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정말 안 하려고 했는데 제작사에서 '그럴 거면 애초에 안 해야 했다', '샤큘은 이걸 보러 오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니 또 마침 10주년이라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주년이면 모든 걸 총망라하는 거니까 더더욱 해야겠더라. 앞으로 '드라큘라'를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빨간 머리의 드라큘라는 마지막"이라고 털어놨다. 김준수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03년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해 이후 2009년 팀을 탈퇴하고 다시금 새 출발 선상에 설 수 있게 해준 게 바로 뮤지컬이었다. 어느덧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지도 12주년이 됐다. 2010년 초연된 '모차르트!'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해 줄곧 대형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준수는 뮤지컬에 도전하던 때를 회상하며 "누구나 꿈꾸는 주연 배우를 바로 꿰찬 건 사실이라 그에 대해 감사함이 더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꾸준히 잘하면 알아봐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그런 마음으로 매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하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이럴 줄 알았어'라고 볼 거라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단 한 번이라도 음 이탈이 나거나 대사가 틀리면 안 되고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큰 실수 없이 열심히 하다 보니까 이렇게 10주년 기념 '드라큘라' 무대에도 서고, 뮤지컬 배우로서 인터뷰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마음 깊은 곳에 품어뒀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김재중·박유천과 함께 동방신기를 탈퇴하던 당시 소속사를 상대로 불공정계약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던 그는 이후 JYJ를 결성하며 활동을 이어가려 했지만 오랜 시간 지상파 등 방송 출연이 쉽지 않았던 바다.
김준수는 "그때 뮤지컬은 내게 하나밖에 없는 동아줄이었고, 그걸 잘 잡고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심적으로 큰 변화가 생긴 뒤 숨어서 살다가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와서 한 활동이 뮤지컬이었다"고 고백했다.
"매 회·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기적이 올해까지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동방신기로 활동할 때는 방송에 나가는 게 너무 당연하고, 또 제가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몰랐는데 이젠 모든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매 순간 감사하다는 걸 알았죠. 군대 갔을 때를 빼고 20년 동안 공연을 쉰 적이 없어요. 일 년 열두 달을 뮤지컬 공연으로 꽉 채웠고, 그 사이에 콘서트도 빠진 적이 없죠. 그 모든 수많은 공연을 해도 늘 보러와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매번 놀랍고, 감사합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