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길 축산환경관리원장 "철저한 심사로 '환경친화축산농장' 인증"
"농장에 카페도…장인이 만든 사람·동물·자연 공존하는 명품농장"
"악취민원 친환경으로 해결…가축분뇨, 폐기물에서 자원으로 패러다임 바꿔야"

[※ 편집자 주 = 품질 좋고 안전한 고기를 국민 식탁에 올리기 위해 우리나라 축산농가들은 매일 현장에서 위생적인 가축 관리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이상 기후 등 급변하는 환경문제는 우리나라 축산업계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악취 문제와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덜고, 더 깨끗한 사육환경에서 가축을 키워내려는 농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문홍길 축산환경관리원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 중인 축산농업 현장,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이 이른바 '명품 농장'으로 인증한 환경친화축산농장을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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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①"축산환경 선진화, 전국민 삶에 영향"
"축산환경을 관리하는 것은 전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히 축산업에 한정된 문제가 아닙니다.

"
축산환경관리원 문홍길 원장은 "우리나라 가축분뇨 발생량이 연간 5천만t에 달하고, 지속적인 증가추세라 효율적인 관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축산업은 생산성과 환경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수십년간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가축분뇨 발생량이 덩달아 많아졌고, 축산악취 민원도 자연스레 증가세에 있다.

환경부 통계를 보면 2014년 2천838건이었던 축산악취 민원은 2020년 1만4천345건으로 6년 만에 5배 넘게 증가했다.

축산악취 민원이 환경부의 전체 악취 민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57.7%(2만4천867건 중 1만4천345건), 2021년 57.9%(2만3천511건 중 1만3천616건)로 절반이 넘는다.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가축 사육환경을 조성하고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는 이유다.

문 원장은 "깨끗하게 관리하는 농장은 악취 민원이 적고, 생산된 축산물은 인기가 많다"며 "이제부터 가축분뇨 처리의 패러다임은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축분뇨를 퇴·액비로 재활용(리사이클링)해 농작물 재배에 사용하는 경축순환농업을 넘어서 가축분뇨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새활용(업사이클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원장은 "가축의 똥, 오줌은 퇴·액비로도 활용될 수 있지만, 고체연료, 바이오 차(Bio-Char), 바이오 가스 등 재생에너지로 재탄생하는 등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문 원장과의 일문일답.
-- 축산환경관리원의 비전과 주요 업무를 소개해달라.
▲ 환경과 조화되는 지속 가능한 축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국민건강 향상을 돕는 것을 목표로 지정된 축산환경개선 전담 공공기관이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축산 농가를 만들고, 여기에서 나오는 가축분뇨를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해 악취,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축산환경 관련 전문인력 교육·양성과 축산환경 실태조사 등 국가통계 조사도 맡고 있다.

-- 농장환경 개선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

관리 현황도 궁금하다.

▲ '깨끗한 축산농장'과, '환경친화축산농장' 두 가지로 나눠 지정하고 관리한다.

현재까지 깨끗한 축산농장이 6천420호, 환경친화축산농장이 17호가 있다.

매년 약 30여개 일반 시·군 500∼800여 농가를 대상으로 지역단위 축산악취 및 농장환경 개선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축산악취 개선사업으로 2천828곳을 대상으로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고 사후관리를 돕고 있다.

이 밖에 635곳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실시간 악취 발생 관제 기술을 지원 중이고, 706곳을 대상으로 축산업 허가 기준 준수 등에 대한 점검과 악취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 깨끗한 축산농장과 환경친화축산농장 인증 절차가 어떻게 되나.

요건은.
▲ 개별 축산농가가 신청하면 우리 원이 서류검토, 현장평가를 거쳐 지정심의위원회를 통해 검토 의결한다.

요건은 사육밀도와 소독 방역시설, 음수 관리, 축사 위생관리 등 안전한 가축 관리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악취방지, 분뇨 유실 방지 시설이 있어 환경 보전기준을 준수했는지, 액체 비료 살포에 필요한 적정 농경지를 확보해 자원 순환 기준을 준수하는지도 중요한 요건이다.

이 밖에도 조경수를 심어 경관 조화를 추구했는지, 온실가스 감축 수단을 이행해 탄소중립 노력을 보이는지, 각종 기록물을 보존하고 있는지도 본다.

신청 축산농가가 지정요건을 충족하도록 기술적, 행정적인 컨설팅도 축산환경관리원에서 제공하고 있다.

[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①"축산환경 선진화, 전국민 삶에 영향"
-- 농장환경 개선 사업 결과는 어떤가.

악취 저감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 당연히 있다.

조사해보니 축산환경관리원이 관리 중인 농가의 악취 민원은 연평균 0.22회로 미관리 농가(0.77회)에 비해 약 71%가량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정 이후에도 축산환경관리원이 계속해서 사후관리를 하고, 농장주를 대상으로 사후 교육 등을 이어간다.

관리 농가를 대상으로 고객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 깨끗한 축산농장과 환경친화축산농장으로 인증되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나.

두 농장의 차이점은.
▲ 해당 축산농가가 정부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 지원금을 20%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고, 해당 농장에서 나온 축산물 유통도 지원하고 있다.

친환경 축산 위탁교육 등 주기적인 교육과 축산자재 지원, 법상 의무화된 보고·검사 절차도 일부 면제된다.

깨끗한 축산농장을 단순 축산환경이 위생적인 농장이라고 한다면, 환경친화축산농장은 장인이 만들어 낸, 사람과 동물 자연이 공존하는 명품농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두 농장은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 가축분뇨를 퇴비나 액비로 만들어 농작물 재배에 사용하는 경축 순환농업은 좋은 것 아닌가.

가축분뇨 처리를 다각화하려는 이유는.
▲ 경축순환농업은 가축분뇨가 비료의 형태로 땅으로 들어가고, 그렇게 재배한 농작물을 사람과 가축이 먹는, 다시 말해 자원이 순환되는 이상적인 농업 모델이다.

다만, 축산업 고도화로 가축과 가축분뇨는 자꾸만 늘어나는데, 가축분뇨가 들어갈 농경지는 점점 줄어들어 균형이 맞지 않는 게 문제다.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가축분뇨 활용처를 농업 이외 분야 즉 에너지 분야 등으로 다각화하려는 것이고, 불균형이 해소되면 역으로 경축순환이 더 쉬워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똥오줌으로 전기나 가스를 생산해 난방도 하고 자동차를 굴린다면 단순 재활용을 훌쩍 넘어서 고부가가치를 입힌 새활용이지 않은가.

-- 국내 축산분뇨 자원순환 현황은 어떻게 되나
▲ 축산농장에서 나오는 분뇨를 처리하는 공동 자원화시설이 전국에 88개소가 있다.

이 중 80개소가 퇴비·액비화 시설이고, 8개소에서만 에너지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가축분뇨 5천73만t이 발생했는데 이 중 85.7%가 퇴비·액체 비료로 재활용됐다.

13%는 정화 처리됐고 에너지 자원화된 비율은 1.3%로 아직 많이 낮은 편이다.

-- 가축분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은 무엇인가
▲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고체연료, 탄소고정과 토양개량에 사용되는 바이오 차(Bio-Char), 전기와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바이오가스가 있다.

특히 가축분뇨를 열분해해 만든 바이오 차는 비료로서도 훌륭하고 탄소 저감효과가 뛰어나 차세대 자원순환 방법으로 평가받는 농업 분야 핵심 기술이다.

퇴·액비는 지속적인 품질관리를 거쳐 우리나라가 수출을 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지만, 에너지화 부분은 이를 상용화하는 국내 대기업이 아직 없는 실정이다.

현재 축산환경관리원과 유관기관이 에너지 자원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수요처를 발굴하고 있다.

[친환경축산농장을 가다] ①"축산환경 선진화, 전국민 삶에 영향"
-- 시리즈를 통해 전국의 환경친화축산농장을 소개할 예정이다.

조금 더 애착이 가는 농장이 있나.

▲ 제가 부임한 이후 올해 1호로 지정된 경북 봉화의 '원애그' 농장이다.

잘 조성된 공원 같은 곳인데 실제로 가보면 정말 사람과 동물과 자연이 공존하는 느낌을 받는다.

농장주인분이 직접 카페를 만들었는데 동네 주민, 손님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고, 농장에서 나오는 신선한 계란을 이용해 카스텔라 빵도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인기가 좋다.

-- 축산환경관리원을 1년간 이끌면서 아쉬웠던 부분이나 한계점도 있었나.

▲ 정원 45명 중 사업관리 인력은 30명 정도인데 전국의 축산농가는 10만여곳에 달한다.

우리 직원들이 전국 각지의 농장과 처리시설을 눈썹 떨어지게 뛰어다녀도 1만여곳 관리에도 벅찬 형편이다.

교육을 예로 들면 공교육의 역할과 범위가 커져도 사교육 역시 필요에 의해 시장 규모가 커지지 않는가.

축산환경 민간 전문가나 민간 기관도 필요한데 아직은 많지 않다.

따라서 축산환경관리원에서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모두 전담한다고 보면 된다.

각 시도별 축산환경이 천차만별이라 지역별 특성에 맞는 개선 수단을 접목하려면 도별 지역본부를 설치해서 운영할 필요도 있고 인력도 필요하다.

-- 평생을 축산업계에 몸담은 축산 외길 전문가다.

원장님에게 환경 친화 축산이 그렇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인간의 모든 생산 활동은 그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이는 역으로 생산 활동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축산업도 예외일 수는 없다.

결국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환경친화적인 축산업이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더 많은 고기를 얻는 등 생산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지금은 품질은 물론, 환경과 동물 복지까지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시대다.

더 좋은 축산물을 만들어 국민 행복에 이바지하면서도, 지구환경을 지키고 순환 경제를 실현해야 하니까 환경친화적인 축산이 중요한 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