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젠다 47’에는 논란이 될 만한 정책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마약사범과 인신매매범 처벌이다.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범죄에 강력 대처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그 강도와 방법에선 이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을 없애는 행동계획’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해군을 중심으로 필요한 모든 군사 자산을 국경에 배치해 해상금수 조치를 취함으로써 마약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걸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타닐 같은 마약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데 현재 10% 정도만 압수되고 있기 때문에 극약처방을 해야만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각론에서 여러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멕시코 카르텔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은 멕시코와 마찰이 빚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1·6 의사당 난입 주범들에겐 즉시 사면 조치를 취하기로 해 논란이 일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약을 근절하기 위해 극약처방을 써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특수부대를 통해 마약 카르텔 지도부와 인프라에 최대한 피해를 줘야 하며 의회에 마약상이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동시에 아동 인신매매범은 즉시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젠다 47’에는 성전환을 규제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는 좋은 학교’라는 동영상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야만적인 ‘성별 확인 정책을 무효화하고 모든 연방 기관에 성전환을 조장하는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정부가 인정하는 유일한 성별은 남성과 여성”이라며 “‘제3의 성’을 인정하지 않는 법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격과 비현실을 오가는 다양한 정책도 내놨다. 수도인 워싱턴DC만 한 ‘자유 도시’를 최대 10개 세워 최첨단 산업 중심 허브로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젯슨 가족’의 배경을 연상하게 하는 도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숙자들을 도심에서 교외로 옮기겠다고 했다. 그는 “저렴한 땅을 매입한 뒤 의사와 사회복지사를 영입해 그들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텐트 도시’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